영아키텍처 크리틱 | 임윤택
소하동 현장 답사와 대담을 진행했던, 임윤택의 작업은 매끈한 당대성의 언어보다 불균질한 현실의 틈과 착오를 더 정직하게 드러내며, ‘기꺼이 비시의적이고 착오적일 결심’이 오늘의 건축에서 어떤 인식적 태도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낡고 잡다하며 비표준적으로 보이는 조건들을 결핍이 아닌 현실의 증후로 읽어내는 이 작업은, 건축이 외면해온 아이러니한 바닥을 다시 질문하게 만듭니다.
소하동 주택(임윤택)
건축을 바라보고 디자인하는 방법과 시각은 다양하지만, 소하동 주택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건축 자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여러 각도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모두 새로울 것이 없는, 어쩌면 당연한 건축적 주제들이지만, 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건축적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로서의 건축은 또 당연하게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주변 환경, 향, 배치, 건축주의 요구 사항 등 다른 많은 요소들 역시 설계 과정에서 다뤄진 내용이지만, 이 글에서는 이 집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움직인 가장 중요한 요소들로 한정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현실의 파격? 혹은 파격의 미학화?_ 박성용(
@psy9475 )
소하동 주택에서 발견되는 장식적 기둥, 애매한 현관, 목적 없는 띠홈 등 의도된 ‘불순물’과 파격을 조명합니다. 이를 1980년대 상가주택 등에서 양식적 일관성 없이 즉흥적으로 지어졌던 일상 건축의 ‘브리콜라주(Bricolage)’ 현상과 연결 짓습니다. 나아가 임윤택의 건축이 80년대 일상 건축이 보여준 생생한 ‘현실의 파격’을 진정으로 지향하는지, 아니면 단지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파격을 미학적으로 양식화’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그의 행보를 주목합니다.
• 포스트 한국학파의 도래, 긍정되는 부정들 _ 정평진(
@wjdvudwls )
소하동 주택을 탈식민주의와 ‘혼종성’의 관점에서 독해하며, 임윤택의 작업을 ‘포스트 한국학파’의 도래로 평가합니다. 과거 김수근 등 윗세대 건축가들이 식민 지배로 단절된 전통의 순수한 뿌리를 찾아 ‘한국성’을 극복하려 했다면, 임윤택은 오히려 순수성 바깥에 존재하는 지저분하고 잡다한 현실의 혼종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긍정합니다. 점방, 상가 코어 등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일상 공간의 요소들을 뒤엉키게 함으로써, 전통의 신화를 넘어선 진정한 탈식민적 과업의 단초를 제시한다고 분석합니다.
• 착오적 건축의 구도 _ 임성훈
끊임없이 변동하는 현대 사회의 ‘가치’ 문제에 주목하며, 건축물이 지니는 물리적 특성과 ‘일관성’을 통해 가치를 고정하려는 임윤택의 시도를 분석합니다. 모네오와 올지아티의 이론을 경유하여, 임윤택이 1970~80년대의 착오적이고 비시의적인 건축물에서 권위가 허물어지는 창조적 전회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음을 짚어냅니다. 이는 과거 건축에 대한 조롱이 아니라, 기존 요소들을 재배치하여 예측 불가능한 물리적 효과와 새로운 일관성의 구도를 구축하려는 진지한 건축적 탐구라고 평가합니다.
건축평단 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