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 Seungmin Jeon

@mark.onthewall

I hope you're kind to yourself 🏳️‍🌈 문학평론가 전호두🐶 @hodu_the_shibai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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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들 연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소식 하나 전하고 싶어 씁니다. 지난 가을, 제7회 죽비문화다 평론상에 저의 문학평론집 『퀴어 (포)에티카』가 선정되었습니다! 가을의 소식을 이제야 올립니다. 죽비문화다 평론상은 한 해동안 발간된 문학평론집 중에서 한 권에게 수여됩니다. 너무나 큰 자리의 영광을 받아서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이 책을 깊이 읽어주신 김겸, 김남석, 김필남, 백지은, 양윤의 평론가께 감사의 말씀 전해올립니다. 시상식에서 직접 저에게 죽비를 '내리쳐'주신ㅎㅎ 양윤의 선생님 그리고 이 모든 자리를 마련해주신 최강민 선생님께 특별히 더욱 감사드립니다. 수상소감 전문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문학비평이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께 읽히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다들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십시오! :-) ✨️✨ 문학 비평을 써온 지 이제 꼭 오 년입니다. 처음 비평을 쓰게 된 동기는 작품에 대한 저의 시선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순진하면서도 막연하기 그지없는 그 마음만을 품고 출발한 평론의 일은 때로 저를 사납게 몰아붙이기도 하고, 다채로운 난관들을 불시에 던져주며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매번의 원고는 저에게 순수한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질문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방정식을 연달아 푸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한 편씩 글을 겨우 완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출한 답안이 무엇에 관한 답이었는지 뒤늦게 알게 되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더불어, 최초에 제가 바랐던 시선의 공유, 한 사람의 해석과 사유가 독자에 의해 경청 되는 일은 글을 발표한다고 해서 절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글은 독자에 의해 읽힐 때 그제야 한 편의 ‘글’로 완성되고, 이는 비단 저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깨닫습니다. 오 년 동안 평론가로 살아온 시간이 저에게 준 가장 큰 배움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공지능과 영상 매체가 초월적으로 활성화되는 이 시대에 ‘읽기’는 가장 드물고 어려운 행위가 되고 있습니다. ‘쓰기’가 자신의 사유를 발화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로 정의될 때, 어쩌면 지금은 쓰는 이들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에 반비례하여 읽는 이들은 점차 줄어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나 소설 또한 그러한 곤경에서 난항을 겪고 있으며 그러므로 비평의 어려움은 더 말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읽기’가 위기에 처할수록 비평은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창안해야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온 모든 것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향하는 비평은 언제나 하나의 ‘질문’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미학적 가치를 밝히고 평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가 자리한 맥락과 위치성, 그리고 그로부터 생겨나는 역사적인 관계성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이를 파악하기 위한 비판적인 물음은 누군가에게는 공격으로 의미화되거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세계의 폭력성과 윤리를 탐문하고 페미니즘과 퀴어의 동맹과 불화를 파헤치는 작업은 사회적인 삶의 본질을 심문하는 일이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면서도 개별적인 정체성과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주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최대한으로 예각화 하는 작업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비평은 늘 독자의 옆에 놓이기를 소망하였으나 무조건적인 지지나 애정을 받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비평이 독자의 내면을 어지럽히고 사유를 복잡하게 활성화하는 일, 그리하여 우리 각자가 한 명의 ‘읽는’ 사람으로서 시대와 직접 대면하여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서기를 시작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문학과 비평이 현실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곤란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의 난관을 독자와 함께 지고 가기 위해서 비평은 단련을 멈추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부단히 읽고, 쓰고, 공유하기를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퀴어 (포)에티카』에 주신 상을 그러한 단련의 지속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받아듭니다. 평론집을 읽어주신 독자들, 그리고 심사위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이 책에 실린 비평들이 ‘비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읽어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편의 비평, 한 사람의비평가는 문학장 전체가 길러낸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겸허한 마음으로, 정직한 시선으로, 타협하지 않는 정신으로 계속해서 읽고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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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ago
안녕하세요, 전승민입니다. 감사하고 기쁜 소식 하나를 전하려 합니다. 제2회 김종철시학상 평론 부문에 선정되어 오늘 저녁에 수상자로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수상 소식을 들은 것은 봄이었는데 시국이 좋지 않아 전하지 못하다가 오늘 식이 끝나고 이렇게 공유드립니다. 수상작은 작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실린 비평 「가장 음험한 가장─코드의 언어 경제로 보는 시와 소설 그리고 비평의 매트릭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애정과 열정을 힘껏 다해 썼던 글인데 이 글이 더 많은 분들의 깊은 이해를 받아 오늘 저녁 저는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평론집에 수록된 글을, 혹은 Dbpia에 검색하셔도 좋겠습니다!) 수상 소감은 쑥쓰럽지만 뒤이어 올릴 영상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비평이 상을 받는 일은 시나 소설보다 한참 드물기 때문에 더욱 벅차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문학과 비평을, 읽고 쓰는 일을 더욱 사랑하라는 격려의 말로 받아들고 겸허한 마음으로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사는 게 바빠서, 는 상투적인 변명이지만 정말로 그러해서 가족 이외의 다른 분들께는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제 뒤늦게 몇 분께 수상 소식을 전했고 모두 한걸음에 달려와 축하해주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언제나 격려와 일갈을 아끼지 않으시는 심진경 선생님, 그리고 삶과 문학의 역학을 일깨워주신 작가 두 분, 김봉곤 그리고 이미상 소설가, 마지막으로 제 마음의 가장 큰 빚이자 빛인 우찬제 선생님. (소식을 좀 더 빨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엉엉) 제게 비평을 알려주신 선생님이 밉다고 말씀드린 건 순도 백퍼센트의 애정 탓입니다. 시상해 주신 정과리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글을 심사해주신 김수이, 조강석, 김재홍 선생님 그리고 이수명 시인과 김춘식, 유성호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해 올립니다. 문학과 비평은 제게 언제나 도전입니다. 그러나 시와 소설이 비평을 내내 길러내고 가르치는 한 그 도전은 계속해서 갱신될 것입니다. 오늘 밤만큼은 무람없이 크게 행복하려고 합니다! 핳핳핳….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이지만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셨으면 합니다. 수도 없이 떠오르는 감사한 얼굴들을 감히 ‘당신’이라는 한 단어에 담아두고자 합니다. 고 김종철 시인께서 제게 주시는 큰 격려를 두고두고 마음에 담겠습니다. 맑고 강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맑고 강한 비평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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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onths ago
“But why do I notice everything? She thought. Why must I think? She did not want to think. She wanted to force her mind to become a blank and lie back, and accept quietly, tolerantly, whatever came.” ―Virginia Woolf, The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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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ears ago
[밤샘 후 못자고 부어서 놀란 눈으로 시작… 넘겨보시면 호두와 제가 추천하는 5월의 책들이 있습니다 =)] 우리가 미덕이라고 부르는 그 모든 것들 중에서도 용기만이 최상의 것이라고 마야 안젤루는 말했다. 용기가 없다면 여타의 다른 미덕을 꾸준히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은 다소 변덕스럽게 이래저래 실천하거나 때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오직 용기가 있을 때만 꾸준히 가능하다. 그녀의 이 말은 내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만약 누군가의 ‘용기’가 상황에 따라 간혹 사라지기도 한다면, 그러니까 가령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치러야 할 대가들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 의해서 얼마든지 사라지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계속 '용기'일까?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은 잔인하게도 우리를 타협 불가능한 지점으로 밀어붙인다. 그때 용기는 시험에 든 우리가 대면하는 가장 어려운 무엇의 얼굴로 나타나고, 역설적으로 우리는 ‘용기’를 마주하며 극도로 두려워지고. 실상 용기라는 건 우리가 우리의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도 취약하지 않을 때처럼 살기를 지속하기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꽤 강압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걸 강압이라기보다 힘센 응원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프고 힘들겠지만 결국은 빛을 향해 가는 쪽으로, 고난 속으로 등 떠미는 깊은 응원. 왜냐하면—결국은 해내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기어코 해낸다는 것을 안다는 응원이기 때문에. 어쩌면 좀 덜 비겁하게 살 때, 용감하게 살 때 삶은 훨씬 더 수월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당신의 용기를 믿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의 용기를 그리고 당신을 깊이 응원한다. 그걸 믿는 일은 결국, 당신이 지켜줄 내 삶의 시간들을 믿는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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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ay ago
오랜만에 이런 기록. 4월이 벌써 중반을 넘어섰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꽃 사진 나무 사진 많이 찍고 많이 올리면 나이든 거라고 누가 그러시던데 저는 중딩 때도 그랬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혹시나 저를 보거나 만나게 된다면 뭔가 바뀐 게 보이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아주세요. 『#허투루읽지않으려고 』(@pinnedbooks )의 독자님들은 「처음의 여름」을 기억하시겠지요. 아마 저에게 또 다른 '처음'이 오려나 봅니다. 그런 봄을 맞이하고 있고 이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안토니오가 말한 것처럼 단지 프롤로그라는 직감이 들고요. #김애란 작가님이 손석희 씨와의 인터뷰에서 '망설임'을 언급하셨는데, 정말 맞습니다. 인공지능에게는 (사실상) 고전 역학의 시간관만이 허락된 건 아닐까요. 결과 이전의 과정은 모두 무의미한, 고정된 결정론의 세계요. 그러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바로 그 바깥의 모든 것들이지 않나요. 망설임, 머뭇거림, 알 수 없음, 의미를 찾을 수 없음, 진행이 아닌 탕진과 소진의 시간… 순수한 낭비, 환산 불가능한 증여. 십 년 전의 그 '처음'에는 이토록 많은 것들이 제 곁에 있지 않았는데 지금 새롭게 다가오는 이 계절에 저는 무수한 것들 속에 모래알처럼 놓여있네요. 그러니 또 다시, 처음입니다. 잘 지내다가 만나요! :) 참, 5월부터 6월까지 말과활아카데미(@wordnbowacademy )(@sanchaekja )에서 #버지니아울프 의 장편 2권을 읽습니다. 최초의 시선, 처음의 도전, 모두 환영합니다. 저 역시 늘 그렇게 울프를 읽습니다. 함께 초여름의 클라리사, 그리고 올랜도를 만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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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ago
지난 토요일 오후에 재미공작소(@studio_zemi )에서 열린 봄날의책(@springdaysbook ) with 마티(@matibooks )의 팝업스토어에 다녀왔다. 날도 좋고 평일엔 내도록 학교에 있으니 부러 환기를 좀 하려고 가볍게 슬렁슬렁 파란 버스타고 여의도를 넘어 갔었다. 사람이 북적해서 즐겁게 놀랐는데 알고보니 신미나 시인과 번역가 시미즈 치사코(@onecolo )님의 북토크가 있었다. 운이 억세게 좋은 날이었다. 하얀 벽 한 켠에는 봄날의책이 그간 펴낸 책으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의 역사가 있었고 반가운 얼굴들 앞에서 혼자 히히 거리며 좋아했다. 이번 팝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그간 비문학 학술서나 연구자들의 논픽션을 주로 발간해온 마티 출판사의 재발견이었다. 1차 대전의 참호를 다룬 미시사 서적인 『참호에 갇힌 1차 세계대전』이 너무나 흥미로웠는데 아쉽게도 절판된 책이었다. 이를 빌미로(?) 부스에 앉아계시던 편집자 선생님들과 대표님과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브루노 발터가 말러에 대해 쓴 『사랑과 죽음의 교향곡』(절판 ㅠㅠ) 그리고 사이드의 음악 비평서들이 마티의 초기 작업물이라는 걸 알게 되어 놀라웠다. (사이드의 글을 읽었고 좋아라하는데도 그게 어떤 출판사인지 크게 염두하지 않았던 건 당시의 내가 출판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변명을 내어두고...) 역시 인터넷 서점보다는 오프라인 서점, 그보다는 출판사가 직접 나오는 부스가 최고다. 몰랐던 신간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책을 여럿 쓸어담았다. 종이가방이 혹 있냐 여쭈었더니 냅다 에코백에 담아주시는 호쾌함까지! 🤍 좋은 책을 꾸준히 뚝심있게 펴내주시는 마티 출판사, 진심 감사드립니다. 봄날의책 부스에서는 신미나 시인 신간 산문집과 캐롤 앤 더피의 시집을 샀는데 산문집에는 저자와 직접 이야기하며 서명을 받을 수 있어 순수한 기쁨이었고, 캐롤 앤 더피는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이 같이 있어 좋았다. (한국어만 있었더라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 같다.) 두 언어를 교차하는 독자의 시선에서 생성되는 고유한 즐거움은 귀중하다. 위트앤시니컬(@witncynical )의 <포에티카>를 꾸준히 듣는다 말해주신 시미즈 상을 직접 뵐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하고 반가웠다! (재미공작소에 들어섰을 때 처음 눈 마주친 분!😊) 턱은 다 나으셨냐 물어주셔서 파하하 크게 웃고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다. 독자가 많아 사선으로 맨 뒤에 서서 행사를 보느라 사진이 잘 찍히진 않았지만 사회를 맡은 김보나 시인(@bonamanha )의 재치있고 깊이있는 진행 굉장히 좋았고, 신미나 시인(@hello_singgo )은 시에서 느껴지던 것과 또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뿜어내셨고. 시미즈 상의 한국어 글씨는 저보다 x100배 정갈하십니다. 감동. 봄날의책 부스 스태프로 나와주신 강상헌 시인(@pheliaoh )도 오랜만에 반가이 인사 나누어서 좋았던. 이소연 시인(@youngsoyoun )도 나만큼 즐거워 보이셨고! (일본어 대단해요! 짱..)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건 너무 좋은 일. 책으로 한 공간에서 이렇게 우연한 연결로 교차하는 토요일 4월의 오후라니, 그저 좋았다. 잊지 못할 토요일. 부스 한 켠에 필사 코너가 있어서 신미나 시인 책 『짧은 꿈』의 137쪽~138쪽🌷을 공책에 필사해두고 왔고, 이 한 대목만으로도 이 책이 빛난다고 말하고 싶은 심정. 집에 돌아와서 예상치 못한 토요일을 선물 받은 밤동안 생각한 건, 책을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시인과 독자 그리고 출판사는 어쩌면 황폐해진 시대의 파괴를 가까스로 막아내는 최전선의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 글은 다소 산만하고 분주하지만 그래도 그 좋음을 최대한으로 남겨두려고 그냥 등록버튼을 누르기로 한다. 🫧 책 행사는 늘 여지없이 예상을 뛰어넘는 기쁨을 준다. 건강하게 살아서 자주 나다니고 싶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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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ago
권동현 작가(@lab.our.house )의 조각 전시 <평범한 남자>가 종로구 뮤지엄헤드(@museumhead_ )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알려봅니다. 여성에 관한 많은 논의들과 더불어, 남성과 남성성은 우리에게 어떻게 사유될 수 있을까요? 아니, 사유라는 말 이전에 그것은 감각되는 것이며 그 이전이 이미 그것은 우리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예술이 인간과 삶에 대해 성찰하고 낯선 시선으로 재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과연 우리는 '남성'의 젠더와 섹슈얼리티, 그리고 그 신체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텍스트를 경험할 수 있었던가요? 물론, 젠더화 된 시각으로 텍스트를 접하기 이전의 그 모든 시간, 인간이라는 보편자가 실상 남성을 기준으로 성립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젠더화된 예술의 '이전'의 시간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축적되어 온 시간입니다. 젠더라는 프리즘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 이 시대에 그렇다면 '남성'은 동시대와 어떻게 접속하고 있을까요? 2026년 한국에서 드러나는 남성성, 그리고 남성들의 신체는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까요? 권동현의 작품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 적극, 그리고 신중함과 세심함으로 충전된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스스로를 주체인 동시에 타자로 재경험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성이라는 젠더에 관한 무수히 많은 재현과 텍스트 덕분이었고, 이제 남성이라는 젠더 또한 자신을 주체인 동시에 타자로 재위치시키는 예술의 수행 속에서 새로운 성찰과 해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전시는 4월 18일, 다음주 토요일까지 열리고 저는 내일 금요일 저녁에 전시 연계 강연을 합니다. 18일에는 양효실 선생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강의 신청을 올린지 반나절만에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만큼 남성(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이겠지요! 강연과 무관하게 저는 이 전시를 가능하면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남성성에 관한 성찰은 생물학적 남성들 것만의 것은 아니며 (여성성 또한 그러하지요!) 저는 전시를 보며 모종의 해방감을 느꼈는데, 여러분들께서도 자기 안의 무엇을 새로이 발견하게 될 기회를 가지시리라 분명 장담합니다. 게다가 전시장이 북촌-안국에 위치하니 산책 나들이 하실 겸 한 번쯤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권동현의 조각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이 조각들에게 말을 건네게 합니다. 대화적인 작품이에요. 저는 그 지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내일 강연에서는 남성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이론과 개념, 그리고 동시대 문화의 맥락과 경험을 한데 엮어 아울러 봅니다. 오실 분들께 미리 반가움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놓치면 너무나 아쉬울 권동현의 <평범한 남자> 전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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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ago
오랜만에 근황 올립니다. 전호두와의 작은 접촉 사고로 (책찍힘) 턱에 밴드, 급성 편도선염으로 목소리 실종.....(위트앤시니컬 행사 마치고 바로 사라진 기묘한 타이밍!) 외에 저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미세먼지가 어마어마하네요. 다들 마스크 필착하시고요! 참. 최근 박상수 5집 『메신저 백』🧸에 해설을 썼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매우 많지만..... 문학의 상상력은 현실을 고정하지 않고 그걸 너르게 풀어 낸다는 점에서 탁월한 것이지 않겠어요? 좋은 문학은 우리가 이미 아는 현실을 재확인하는 증거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읽기에 무슨 필요와 이유와 재미가 있겠어요. 구체적인 것을 개념적인 무엇으로 쉽게 환원하지 마시길, 낯선 것을 기존의 언어로 번역해서 납작하게 만들지 마시기를, 미지의 목소리를 따라 어디까지 가게 될지, 무엇을 보게될지 따라나서는 용기를 가지시기를! 『메신저 백』과 함께요. 🫡 박상수 시의 묘한 매력 중 하나는, 독자를 시의 화자의 위치에 아주 가까이 붙들어 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시에서 읽게되는 <너>는 독자가 아니라 독자의 삶에 깃든 모종의 <너>로 이어지게 될 거여요. 독자는 오히려 화자를 따라 복화술을 하게 되고, 화자가 마주한 상대방과 세계의 폭력을 경험할 수도 있겠지요. 박상수의 화자는 독자의 좌표에 부드럽게 밀착합니다. 시 이야기는 늘 즐겁네요. 다음을 또 기약하며, 주말 즐거이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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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ago
으악. 감사합니다!🫠💕 시를 두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꽉 채워지는 풍경을 봄날의 기운과 더불어 만끽하기로 해요. 이번 1분기에는 이제니, 곽은영, 김선오의 시집을 주축으로 다룹니다. 그 외 다른 시인의 작품들도 여럿 언급하고 다뤄봅니다. 시집 살펴보시고 오시면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습니다.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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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ago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급속도로 멀어지는 감각이라는 걸 (또) 뒤늦게 발견하는 2월 구정 직전. 지난해 이맘 때쯤은 어땠나 살펴보다가 마치 십 년도 더 된 일처럼 느껴질 때, 이유를 탐색하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묻는 일이 되고. 사적인 행복이 즉물적으로 가장 크고 강력하게 와닿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바라보는 작업은 삶을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공유재로 대하는 일이기에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 얼마 전에 요가를 오래한 이와 잠시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데, 힘을 뺀다는 말은 사실 힘을 주어야 할 좌표에 제대로 정확하게 힘을 주는 작업과 같다는 걸 알았다. 사유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다. (단지 감정과 사실을 배출하듯 발설하고 유포하길 바라지 않는다면...) 영상 9도를 기록했다. 입춘이 지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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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ago
두서없는 사진들과 어제의 일기. I think I’ve stepped into a strange dimension of love. That’s what it feels like. The surface world is bright, clear, and simple. But beneath it lies another world—dark, tangled, shadowed, and a little unattractive. Still, it’s inside that darkness where our hearts truly move. The light on the surface only points toward what hides below, signaling the unseen presence of what lurks in the dark. When art becomes the only space where this tangled darkness can rise to the surface, debates inevitably begin. Everyone tries to define, justify, or judge. Yet no argument, however forceful, can erase the love that quietly lives within the shadows. The power that matters never shows itself. Everything spoken is weaker than all that remains unspoken. 사랑에 대해 낯선 차원으로 진입했다. 그런 것 같다. 표면의 세계는 밝고 간명하고 단순하다. 심층의 세계는 어둡고 그늘지고 뒤엉켜있고 복잡하고 좀 못생겼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동하는 건 바로 그 어둠 속에서여서, 표면의 빛은 어디까지나 어둠의 도사리고 있음, 그 비가시성을 지시하는 지표일 따름이다. 이 착잡한 어둠이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 예술일 때, 갑론을박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판결이나 명제, 당위가 아무리 강하게 제기된다 할지라도 어둠 속에서 유유히 살아가는 사랑을 제거할 순 없다. 진짜로 막강한 힘은 보이지 않는다. 언표되는 모든 것은 언표되지 않거나 못하는 모든 것보다 약하다. 2026. 1. 19 서울은 춥고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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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ago
📢 Reading in Reverse—Revisiting 2025 | RRR the New Project No.4 예소연 단편소설 「그 개와 혁명」 (제4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다산책방, 2025년 2월) 전승민 작품론 「사랑의 혁명성—Rebellious Heart」 이번 포스팅의 사진은 좀 화려합니다. 르네상스 미술의 정물화 같기도 하네요. 책을 둘러싸고 배치된 여러 오브제들이 의미심장합니다. 소설을 이미 읽으신 분들은 즐겁게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진 속 오브제가 하나의 도상으로 작용할 때 각각은 모종의 전형성을 담보하는 닫힌 기호로 읽힐 수도 있지만 한 편의 그림, 한 편의 소설 안에서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배치와 결합은 그 닫힌 의미를 뛰어넘습니다. 그러니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 중에 사진을 보고 흥미로움을 느끼신다면 그 기대와 예상을 배반하는 더 큰 재미를 위해 일독을 권합니다. 특히, 지난 계엄 국면을 지나온 우리에게 이 소설은 앞으로도 시간의 간격을 두고 때때로 재독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운동권, 민주주의, 페미니즘, 가부장제, 그리고 개 한 마리. 소설의 ‘젊음’과 ‘새로움’은 어디에서 올까요? 예소연의 단편소설 「그 개와 혁명」은 그것이 대상이나 역사가 아니라 그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배치하는 태도임을 알려줍니다. 태도가 달라지면 시선의 각도가 달라지고, 그리하여 사유의 맥락 또한 변화합니다. 소설이 정치와 역사에 대해 말할 때, 현실의 우리가 이미 필요로 하는 것을 강화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미처 감각하지 못한 미래적인 것을 당겨올 때 저는 그 소설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문학적인 정치성을 구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현실의 모사나 재현이 아니라 그것보다 딱 한 발, 앞선 시공간을 보여주는 언어 예술입니다. 문학이 구호와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대상과 소재의 내용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바로 그 재현을 초과하는 재현에 성공한다는 뜻입니다. 이 소설은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고, 해설은 그에 대한 작품론입니다. 소설 단행본에 수록되는 해설이 대개 여러 단편 소설을 아우르는 총론이 되지만 이번 해설은 오직 하나의 단편 소설에 대한 보다 세밀하게 분석한 글로 썼습니다. 하나의 단편 소설에 대해 비평이 밀고 들어갈 수 있는 경로와 모양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께 작은 즐거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브 #웬디브라운 #좌파멜랑콜리 #웃음 #베르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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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