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
#춘천마라톤
안녕하세요 국내 3대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입니다.
🥰🎉🥇✨🥳💛💫
올 봄 동마에서 PB를 경신한 뒤 (feat. JSG🤍)
가을에 있을 전설에는 완주를 목표로 하려했는데
노는게 제일 좋은 뽀로로인간의 몸과 마음은
완주도 불투명할 정도로 풀어졌더랬지 🤦♀️
현저히 모자란 마일리지는 물론 환절기 트랩으로 급격히 심해진 콧물 감기 기침 몸살 공격에 차분히 망했음을 느끼던 차,
같이 망했다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던 러너웨이 대장
@runner_3rdjun 과 ’필요시 언제든 쿨하게 서로를 버리기‘로 약속하며 세미 동반주를 약속했다.
대회 당일, 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공지천 인조구장에 도착하고... 그런데 많은 인파와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 정신차려보니 B그룹 출발선에 혼자 서게 됨 😮
에라 어쩔 수 없지, 일단은 혼자 시작할 마음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가득 찬 주자, 주변을 가득 메운 크루기들과 응요들이 가히 장관이었다. 설레임과 흥분을 안고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하며 출발!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 적절히 가려진 햇빛 아래서 기분 좋게 레이스를 시작하고, 이후 펼쳐진 의암호를 품은 호반 도시의 풍경. 그토록 궁금했던 가을의 전설을 마주하니 ’이래서 전설이구나‘ 싶어 눈으로 담고 또 담았다. 매년 춘마 풀코스만 수년에 걸쳐 출전하는 러너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절경이었다.
10km쯤부터는 문득 나타나 다시만난 세준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21년 봄, 아그레에서 처음 만난 단발머리의 청초한 포토님과 이제 함께 풀코스 주로를 달리고 있다니 쌓여온 시간에 감사했고 세준에게 고마웠다. 27-28쯤 솔직히 아주 잠깐 ’이따위로 끌려가듯이 뛸거면 DNF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옆에서 각종 헛소리(?로 정신을 들게하는 세준과 함께 달린 덕분에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이윽고 대망의 신매대교. 엄청난 함성과 응원 인파를 마주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감탄과 함께 절로 미소가 띠워졌다. 말로만 듣던 춘마 응원의 메카 구간은 아드레날린을 마구 뿜어냈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난 우리 모두는 주로 위에선 하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보니 신매대교 구간이 최소 1km, 5분은 머물렀을 터인데, 마치 일각의 꿈을 꾼 것 같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느끼고, 테이핑을 잘못해선지 예전에 다쳐서인지 전거비 ~ 정강이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중 가서는 그 통증이 고관절로 연결되어 중둔근이 찌릿하기까지 했고, 후반부에선 눈앞이 살짝 흐려지면서 시야가 빨간 그라데이션(? 이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잠깐만 걸을까 고민도했지만... 한번이라도 걸으면 쭉 걷게 된다는걸 알고 있었고, 풀코스에 임하는 마지노선 목표는 ’끝까지 걷지는 않는다‘ 였기에 그것만은 지키고 싶었다. 무엇보다 오매불망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콜라를 쥐어준 종철오빠, 현수막 들고 맞이해준 예지언니, 영상으로 남겨준 세아님, 마그샷을 쥐어주며 괜찮냐던 동완오빠, 매번 녹아가는 구간에 계신 고마운 성도님, 눈물이 핑 돌게하던 유진언니, 키스(;;)해달라고 저 멀리서부터 날 알아보고 소리치던 써누(진짜 너무 힘든데 웃음터짐), 피니쉬 직전 뭉쳐있던 러너웨이 응원단까지!
두 팔을 높이 들어올리고 골인, 4시간 6분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
가민을 멈추자마자 출처는 모르겠는 서러움의 눈물이 났다. 다리가 많이 아프긴 했나보다😅 조금 흐느끼다가 이내 창피해져서 정신을 차리고 메달을 받았다.
솔직히 시작 전엔 온갖 도핑과 운빨로, 아주 잘하면 sub4를 노려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달리기는 달리기다. 요행이 통하지 않는 정직한 운동이라 내가 사랑했지
이 운동을 사랑한 이유를 다시한번 확인받은 기분이라 외려 기쁜 마음이 들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다. 지금 내 가슴속에 남은건 춘천의 절경과 응원해주던 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끝나고 먹은 꿀맛같은 닭갈비 뿐 🥰
윤상의 달리기란 노래에 그런 가사가 나온다.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이 달리기란 운동의 매력이 그런거 같다
보통들에게 보내는 힘찬 박수. 나같은 보통들에게도 이 주로위에선 박수가 주어진다.
그리고 달리기란 운동 그 자체도 내가 보통인지 어쩐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달렸다는 행위와 노력했다는 사실만이 남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오래도록 이 운동을 사랑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