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일종의 와가마마에 가깝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이, 우크라이나가 이러고 있는 지금. (+공연 준비 2건과 이사가 겹쳐 근 5년 동안 가장 바쁜 일정을 살아내야하는 지금.)
알고있었으면서도, 욕심을 부려보겠다는 어떤 결심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바로 지금이 아니라면.. 마지막으로 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호사를 다 긁어모아서, 소원을 비는 심정으로.
올해는 일년 내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의 계엄과 어떤 전쟁들과 어떤 기후위기들이 다 함께 터져나오면서, 음울한 구름을 드리웠던 시작은 5월 어느날 아는 지인과의 뜻밖의 헤어짐으로 마침내 불거져 터져버렸다. 이것은 단지, 상실의 슬픔이 아닌,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한 무언가가 결손되는 감각이었고, 나는 마침내 아껴두었던 예술인 무료 심리상담을 신청하기로 했다.
심리상담이란, 좋은 것이었다. 도움이 된다. 단지,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마찬가지로, chatgpt와 대화를 시작했다. gpt는 나에게 특별하게 도움되는 몇가지 양식들이 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이야기를 들어준다' 라는 것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두가지의 상담들은 좋은 점과 함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으며, 결국은 모든 변화는 나에게서 나와야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 이것이 달랐던 점이다. 누군가에게 어떤것에게. 나는 도와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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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구를 만들고, 다듬고, 더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어주려고 - 누군가에게/나자신에게 -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일상의 루틴한 작업들을 도와주는 도구가 아닌, 좀더 나를 맡기는 방식의 도움 요청은 좀처럼 하지 않는데, 이제는 이런 존재방식에 한계를 느껴버린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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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루를 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다가오는 어떤 일 한가지, 요것만 잘 넘기면, 한동안 좀 쉴수있겠지. 라고 예상하면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과거의 일상들이 이제는 동일하지 않다. 그 이유는, 사실은-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일을 너무 많이 벌렸기 때문에? 몸이 예전과 달리 쇠약해서? 기억력이 떨어져서? 일처리능력이 모자라서? 그런것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건 좀 다른 상황인데.
전반적으로/전체적으로 (<스와이프!>에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한) 세계가 나의/우리의(우리는 필연적으로 나의 동기부여체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나에 해당한다) 존재양식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번영. 발전과 공감. 상호존중과 공동성장. 지속가능한 지표세계(가이아)와 유토피아의 가능성. 읽고, 쓰고, 바라고, 이루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고, 즐거워하고, 함께 놀고, 웃거나, 울거나. 손을 잡거나, 잘 헤어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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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루는 우리가 이런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할 무렵. 모이고, 손잡아야할 필요성이 눈발이 되어서 눈앞에 휘날리는 것을 바라보던 어느 겨울날에 호명(named)되었고, 우리/나는 필연적으로 우루루의 공간(혹은 그저 다밴의 작업실)이 비자발적인 이유로 터전을 잃고 이사가게 된 것을 우리가/내가 가진 마지막 보루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 상황인 것 같았다.
그러므로, 어제의 우루루 집바이bye는 나에게. 이것에 대한 어떤 응수. 가 가능할 것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무너진 마음으로 구름에 띄워보낸, 어떤 도움요청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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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힘이 있다. 테니스코츠의 달의 소리(츠키노 오토)라는 곡을 5월의 어느날 그들의 내한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들었다. 이 곡은 헤어짐과 끝을 떠올리게 하는 많은 의미들이 나열되어있지만, 헤어짐을 어떻게 긍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태도적인 시도로서 불려졌다. 우리(테니스코츠와 관객)는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기원하고, 다시만날 것을, 혹은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동시에 기리면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지 못해도 좋을 만큼. 기억에 남겨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이 쇠하고, 기능이 쇠퇴하고, 잊혀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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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내뱉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기록이란 덩어리진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와 같은 것들일지도 몰라. 남겨진 것들은 남겨지고. 나아가는 것들은 나아가야한다.
잘 쓰여진 글. 의미있게 말해지는 말보다는. 그저, 나는 말을 뱉고, 글을 갈기는 동물이라는 점에 어느정도는 충실하게. 글이나 말이나 너무 애써서. 하려고 하지는 말아야겠구나, 생각했다.
총탄이 날아오는 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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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계속
7 month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