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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작가님의 에세이 『적당히 살고 싶어서』 책방에 입고되었습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번아웃을 겪고, 아날로그 휴일을 보내며 여유를 되찾아 온 경험을 담은 책이에요.
읽다 보면 ‘나도 이런 작은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시험해본다는 점이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휴식, 여가, 디지털디톡스, 독서,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특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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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살고 싶어서』
이제 지음
빈책상, 128*188mm,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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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세상에 지쳐 아날로그 세계로 피신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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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꿈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공무원이 되었다. 누가 공무원을 워라밸 있는 직업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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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내가 지나친 소음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직장에서는 지시하고 지적하고 반목하는 소리를, 직장 밖에서는 연예인이나 네티즌들이 하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있었다. 나만의 시간은 없었다. 글을 쓸 여유도 없었다. 이렇게 평생 남이 시키는 일을 하거나, 남이 만든 것만 구경하며 살게 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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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심했다. 이 시끄러운 만원버스에서 잠깐이라도 탈출하기로. 주말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끄고 모든 연결을 끊었다. ‘아날로그 휴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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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만은 온전한 나만의 하루였다. 뭘 하든 자유인 시간. 느리고 사소하고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은 시간. 나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더 노력하라고 다그칠 필요도 없는 시간. 현대사회의 과잉•과속•갈등에서 벗어나 적당히 유유자적해도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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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들을 통과하며 결국 퇴직을 결심했고, 혼자 글 쓰는 고요한 생활로 돌아왔다. 이 책은 그 1년간의 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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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남의 소리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 나를 찾는 목소리와 전화벨과 메신저와 메일, 질문과 지시와 재촉과 평가, 주변의 온갖 갈등과 사건사고,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들에 매일 두들겨 맞는 듯했다. 퇴근할 때면 저 모든 소리를 차단하듯 사무실을 나서는 즉시 이어폰부터 꽂았다. 원치 않는 소리 대신 내가 선택한 소리를 듣겠다는 선언이었다. 지쳐 돌아온 집에서는 떠들썩한 예능과 드라마, 유튜브 등등을 시청하며 치킨을 뜯고 과자를 먹었다. 분명 재밌고 맛있는 시간이었는데도, 일요일 밤이면 허무함과 자괴감이 밀려오곤 했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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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이사도 아닌 제3의 대안은 ‘공간분리’였다. 집 안에 나만의 무인도, 나만의 안전가옥, 나만의 별장을 만든다면?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도, 화면 속에서 웃고 떠들고 싸우는 사람들도 없는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거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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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끓는 국밥을 보면 꼭 내 신세 같았다. 직장이 뚝배기 같고,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뚝배기 속에 뒤엉킨 콩나물들 같았다. 좁은 곳에 왕창 모여 팔팔 끓다보니 자꾸 부딪치고 아우성치게 된다. 그 와중에 위에서는 자꾸 고춧가루가 쏟아지고 숟가락이 날아든다. 과로와 갈등과 공격이 끊이지 않는, 이곳이 바로 지옥탕일까? 빽빽한 시루에 갇혀 누런 안색으로 키만 크다가, 결국 도착한 곳이 여기란 말인가? 평생 빽빽하게 살다 빽빽하게 죽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수란을 휘저었다.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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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건 ‘텅 빈 책상’을 갖게 된 거였다. 폭 120센티미터, 깊이 80센티미터의 넉넉한 책상에 독서대 하나, 노트 한 권, 볼펜 한 자루만 두고 깨끗이 비웠다. 책상을 비우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홀가분했다. ‘뭘 하든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자유와 여유가 느껴졌다. 일거리와 잡동사니, 남들의 콘텐츠가 24시간 쌓여 있는 책상 틈바구니에 옹색하게 꼽사리 껴서 내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탁 트인 공간을 마음대로 활용하며 어떤 일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 0.96제곱미터의 네모난 공간이 나만의 마당이자, 놀이터이자, 카페이자, 작업실이자, 실험실이 된 것이다.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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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제(
@ije_emptytable )
1983년생. 쓰면서 노는 사람. 말하기•듣기보다 읽기•쓰기가 편하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공상과 낙서와 계획을 즐긴다. 어떤 삶이 나에게 제일 잘 맞는지 평생 실험 중이다. 독립잡지 <계간 쓰는사람>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