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이 릴레이, 마음의 색채
@delay_relay
기획자 나비춤의 소회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그런 버릇이 제게는 있습니다
슈게이즈가 노리는 그 수많은
미분음들에 민감해야만 하는 것이 그런 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시절 앨범 가게에서 구매했던
세 장의 앨범이 있습니다
글쎄요, 기행이었을까요
중학생 때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몇번이고 몰래 홍대에 가서
불싸조, 한희정, 모임별, 속옷밴드, 데이드림, 미스티블루의 공연을 봤던 기행
기이한 행동도, 여행도 모두 맞는 말일까요
미끄러지는 음파들이,
몸을 모두 에워싸는 소리의 벽이,
보이고 만져지는 것은 참,
혀끝에 소리의 맛이 느껴지는 것은 참,
처음엔 외로되었다 생각했지만,
그리고 저는 대학시절
비둘기우유에게 사사받고
스트릭틀리 엠피쓰리에서
조태상님께 소주를 받거나
스위머스와 신해경 공연을 따라다니거나
실리카겔의 광팬이 되거나
친구들과 모사꾼들, 짐진자들 등의
밴드를
만들거나 하다가
남원전기라는 나비춤의 전신이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리스너분들의 지지는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으나
즐거워서 외로된 줄은 까먹었구요
그리고 저는 취업을 해서
처음 홀로 살던 중 느꼈던 수많은
감정의 구렁텅이에서의,
그 무저갱의 감정을 함축하고
날려보낼 무언가의 이름으로 나비춤을 택했어요
한사코 정확하게 표현해보겠다 결심한 기록들을
읽고 즐긴 사람들과 친해졌습니다
지금은 친구가 된 우주미안과의 조우,
@ozmian_
지금은 친구가 된 담담구구와의 조우,
@damdamgugu
지금은 친구가 된 키시와의 조우,
@pflugschar
정제,
@iam_refine
해캄,
@allisfullofluv_
영채,
@nicehues
고요,
@10llggoyoggll04
와의 조우,
너무 많은 친구들,
한번도 더러운 시간은 없고
맑고, 깨끗했던 이 년 간
그리고 결국 제 인생의 스승이 된
제임스와의 조우가 있었습니다
@hippytokki
제 삶이 지연의 연속이었듯,
지연의 연속을
제임스가,
채리티가,
@_charitylynn_
민주님이,
@aoibulb
문섭씨가,
@nnvnssvp
스스로의 색깔로 채워 나갔던 오 개월 간
저는 이 창백한 고도와, 느리게 울컥거리는 심장을,
지금 다가온 미래를 생각하며
나비춤을 슈게이즈 밴드라 칭하며
열망을, 또 절망을, 그러나 그 속에서 희망을
영과 일, 공과 색의 점멸처럼 느끼며
이제는 소년이라 칭하기 어려워졌지만,
또 한 번 자라났습니다
씬이라는 환상이 가끔
장이라는 번역어로 치환했을 때는
숨과 떨림과 손잡음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생각하며
수줍음을 이기고서라도
아티스트들과 대화했고, 제 나름의 답을 찾았다면
나비춤은 딜레이 릴레이라는 질문에
이 오 개월은 마지막 소년시절을
매듭짓거나, 혹은 조금은 저의 텔로미어를
연장하는
기행이었다 대답하고 싶어요
정말로행복하다,
어줍잖은 스텝으로 밟는 이 플로어는
언제나 시베리아나의 추위와 함께 했으나
사월 끝의 날씨나
여름 궁전을 그려보는 기행이며
낯선 시간속으로 들어가는 기행이며
실내에서도 북극성을 바라보는 기행이며
닿지 않는 태평양으로 항해하는 기행이며
행복한 낮잠으로 권태를 이겨낸 기행이며
에어로졸을 감각하는 기행이며
나만의 시스터, 릴리스를 그려보는 기행이었다고
구구절절하지만,
나의 우화는 그런 사소한 기억들로만
꽃 같은 날개를 피워낸다고
너와 친구가 될 순간만 기다려 왔다구요
그럼 나의 벗들, 또 다음에 봐요
제임스 선생님, 정말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