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마지막 날입니다. 7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열려 있습니다! 발걸음 해주시고 마음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래빗앤타이거 뮤지엄 𝑹𝒂𝒃𝒃𝒊𝒕 𝒂𝒏𝒅 𝑻𝒊𝒈𝒆𝒓 𝑴𝒖𝒔𝒆𝒖𝒎 𝒐𝒇 𝑨𝒓𝒕》
𝙄𝙩‘𝙨 𝙛𝙪𝙣𝙣𝙮, 𝙗𝙪𝙩 𝙞𝙩’𝙨 𝙩𝙧𝙪𝙚
𝘼𝙣𝙙 𝙞𝙩‘𝙨 𝙩𝙧𝙪𝙚, 𝙗𝙪𝙩 𝙞𝙩’𝙨 𝙣𝙤𝙩 𝙛𝙪𝙣𝙣𝙮
전시의 기획안을 받아 든 채 얼마간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노래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습지만, 사실이야. 사실이지만, 우습지 않아’ 정도로 번역되는 이 가사에 모종의 이유로 어떤 진리라도 있다는 듯 여기고 살아왔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다. 누설된 바 없는 이 비밀은, 좁다랗고 정겨운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전시 공간이 어느 정도 이상의 스케일과 볼륨을 그려볼 수밖에 없는 ‘뮤지엄’을 자처한 순간에 폭로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흔히 ‘공간’이라고 칭하는 곳과 미술관, 둘 모두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이 둘을 곁눈질로 살피는 이들의 자조적 태도와 패러디적 연출 안에는 적당한 이상향과 당장의 현실, 달고 쓴웃음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본래 패러디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역설적인 내려치기의 전략이자 꽤 정성스레 껍데기를 흉내 내어 선보임으로써 되려 속내와 민낯을 까 보이는 우회적인 방식의 공격이다. 종국에 공격의 대상이 받을 타격감이 0에 수렴한다 해도 이 모든 과정의 ‘재미없음’에서 비롯될 절망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재미와 웃음만큼은, 이미 실질적 공격의 실패를 전제한 태세로 뛰어들었기에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수월한 쪽의 것이다.
전시장에 깔린 푸른 카펫은 사실 어느 ‘미술관’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명품 브랜드로부터 고액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전시 조성물의 일부를 가져와 재활용한 것이다. 거칠게 뜯어 온 품질 좋은 카펫을 전시를 기획하고 이에 참여한 인원이 전시장 바닥에 둘러앉아 직접 도려내고 썰어가며 설치했다. 이 현장은 또 다른 어느 ‘미술관’에서 전시를 꾸리는 과정에서 일할 몸들을 동원하는 모양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무릇 이 전략의 목표는 무대의 모방이지 무대를 올리기까지의 과정까지 따라 할 의도는 없었거늘, 놀랍도록 유사한 노동 현장의 데자뷔는 애초에 거리를 두고 감행한 ‘위를 향한 공격’이라는 설정에 결함을 일으키고 만다. 여기서 기획자가 던진 질문을 다시 반복하자면, ‘두 집단은 상이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그러한가? 특히, 뮤지엄의 권위와 관성은 정말로 견고한 것인가?’ 자조적 패러디의 쓴맛이 답변을 대신할 수도 있겠다.
일 년이 조금 덜 되는 주기로 눈앞에 놓이는 종이 한 장에 운명이 걸린 기간제 미술 노동자들이 모인 바닥에 그보다 다소 빈번한 주기로 찾아오는 육체노동과 맞서는 우스갯소리가 짙게 깔린다. 인용한 가사의 두 번째 문장처럼 모든 것은 사실(현실)이고 이 현실의 속사정은 조금도 우습지 않다. 여러 몸이 부대끼며 만들어낸 전시가 끝나면 그중 과반수는 다른 어디론가 잠시 정박할 곳을 찾으러 떠나지만, 이들이 남긴 무형의 노동과 웃음들은 남아야 할 것이다. 전시와 함께 떠오른 노래의 제목은 ‘Some Things Last a Long Time‘이다. “어떤 것들은 오래 남는다.” 그것도 아주 오래.
글 | 이해빈(@torus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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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앤타이거 뮤지엄 𝑹𝒂𝒃𝒃𝒊𝒕 𝒂𝒏𝒅 𝑻𝒊𝒈𝒆𝒓 𝑴𝒖𝒔𝒆𝒖𝒎 𝒐𝒇 𝑨𝒓𝒕》
▪️기간: 2025년 11월 27일(목) - 12월 7일(일), 14pm - 19pm (월 휴관)
▪️장소: 래빗앤타이거 갤러리(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48-120, 1층)
▪️참여작가: 김희주(@tlrkstlrkstlrks ), 황은주(@h.e.ju_1arts )
▪️글: 이해빈(@torus410 ), 한문희
▪️디자인: 원소영(@soyoung_krw )
▪️촬영: 백승현(@seunghyunbaek_art )
▪️기획: 한문희(@minimanimunimo )
▪️협력 기획: 이채원(@mychennyamour ), 김희주
▪️주최・주관: 래빗앤타이거 갤러리(@rabbitandtigergallery )
동료들과의 즐거웠던 예술 주간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지나갔다. 한숨 돌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뉴스를 보니 이보다 더 참혹해질 수는 없을 거라 믿었던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심화된 방식으로 새로운 극에 달했다. <재즈피플> 9월호에는 브라이언 이노의 팬이라면 알 만한 윈도우95 시동음에 얽힌 전설적인 일화와, 얼마 전 그가 이스라엘 정부에 AI 기술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규탄, 고발하며 이 시동음으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팔레스타인 피해 구호 단체에 기부한 일에 대한 원고를 썼다. 매번 음악에 대한 아주 작은 이야기를 핑계 삼아 어떤 초라하고 무력한 호소를 하고 있다.
아무도 관심 없을 몬스터 썰🦠🧪🔋
맨날 제로슈가 마시다가 오랜만에 오리지날 먹으니 바로 이 맛이지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 전인 2010년대 초반엔 미군px에 드나드는 미군 커넥션이 있는 카투사 친구한테 부탁하거나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 플리마켓 같은 데서 빡스 채로 슬쩍 빼낸 걸 몰래 내다파는 이들에게 500ml 한 캔에 만 원인가 주고 사마셨었다. 피로감에 젖었을 때 에너지드링크가 아니면 안 되는 몸이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지만, 이 녀석과의 짜릿했던 첫 만남을 잊기 힘들다. 최근 편의점에서 수입 캔맥주처럼 묶음 할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걸 봤다. 한국에서 한번에 몬스터 3캔씩 사먹는 사람은 제발 나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내다버릴 계획 없는 쓰레기 습관이라는 걸 잘 안다.
영상은 2014년 트위터에서 바이럴해졌던 것으로 어느 크리스천 집단에서 제기한 “몬스터 사탄설”을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몬스터의 알파벳 M의 모양은 요한계시록에서 짐승(사탄)을 상징하는 666의 히브리어 표기법을 닮았고, 알파벳 O를 십자가로 볼 때 캔을 거꾸로 들고 음료를 마시는 행위는 이 십자가를 뒤집는 안티크라이스트의 의미이며, 몬스터의 문구 “Unleash the Beast”는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그 짐승을 뜻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몬스터는 크리스천 가정과 삶에 교묘히 침투하는 악마의 술수, 사탄의 음료이다.
터무니 없어 보이는 궤변이지만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영상을 촬영하고 퍼뜨린 후 된통 욕을 먹은 사람처럼) 이 자체도 하나의 은유일 수 있다고 본다면 한마디로 요약되는 저 자들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난 몬스터 한 캔을 다른 음료나 맥주와는 달리 단 두세 모금에 벌컥벌컥 끝내버릴 수 있다. 악에 받친 기운 없이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짓이니, 악마가 통한 게 맞다. 정돈된 삶에도 이렇게 죽여주는 맛일까. 알 길이 없다……
뒤늦은 베니스 출장 recap
진짜 코미디는 현실에서 실전으로 벌어진다. 전시의 기획자는 “과거가 미래를 구한다”는 한강 작가의 말을 인용하고, 박 정권 때 한강 작가의 이름이 들어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주범이 전시의 개막식 축사를 맡는다. 하늘길로 열 시간 넘게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한국관이라 이름 붙여진 상징적인 건축물의 30주년을 축복하는 자리에서 굳이굳이 영어로 축사를 뱉는 것도 모자라, 유세를 떨며 굳이굳이굳이 하고 많은 예술가 중 별 연관성도 없는 19-20세기 독일 음악가의 말을 인용한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열렬히 문화예술을 찬양한다는 식으로. 하지만 찬양의 태도가 꼭 진심어린 응원이나 지지의 그것과 같지는 않잖슴…? .ㅋ
이런 웃지 못할 낯부끄러운 해프닝을 겸했지만 전시는 참말로 품격 있고 아름답고 따뜻했다... 음식도 풍경도 아니오 오로지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더랬다. 얼마 전 검열 사태도 그렇고 미술계에서 밥 벌어먹고 산다는 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이런 아이러니들을 마주하며 사는 일이어야만 하는 것인지…조울증이 아닌 조증의 상태가 그립다!!!
출장 가서 직접 찍은 사진 중에 대낮에 찍은 게 거의 없다. 일정 탓이지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만 가짜 위로처럼 사진첩에 몇 장 남아있다.
4월에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구매한 낸 골딘 프린트를 이제서야 받았다. 판매수익금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으로 보금자리를 잃거나 다친 떠돌이 동물을 구조하는 동물보호단체 후원금으로 쓰인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내 잇속 챙기며 선행도 겸하는 이 의도하지 않은 편안한 일석이조의 구조에 기분이 영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이 예쁨을 포기하랴? 며칠째 액자 고민만 주구장창 하고 있다.
친한 언니한테 ”언니 오늘 술 한 잔 어때요?“ 물었는데 제주도 간다며 사리고 있다고 숙소도 다 있으니 제주도나 오라는 답변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왕복 비행기표를 7만원에 끊고 다녀온 즉흥적 여행이었다.
그들 사이에서만 ”똥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스왐프 계열의 음악 동호회 멤버로 구성된 여행 모임에 꼽사리를 끼고 황송할 정도로 잘 놀다왔다. 첫날 휴무일에 흔쾌히 문을 열어주고 환대해준 곳에서 음악만 냅다 듣다 미처 못한 정치 얘기를 해야 한다며 이어진 호텔방에서의 2차에서도 결국 만취한 상태로 제리 가르시아 등을 듣다가 파하고 말았다. 정치 얘기는 이튿날 제주에서 서귀포로 이동하는 긴 시간에 걸쳐 실컷 했지만…
전날의 술기운이 잔잔하게 남아있는 동안 안개가 자욱히 낀 휴양림을 함께 걸어 올라갔다. 떨어진 지 한참 되어보이는데 낙엽 속에서 여전히 붉은 빛으로 빛나는 동백꽃잎도 보고 나란히 나무를 타는 민달팽이와 집달팽이도 보았다. 백록담까지 보인다는 전망대에서도 안개 때문에 정말 눈앞의 풀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 누구 하나 불평이 없었고 나무에 난 틈 사이에 끼운 핸드폰으로 찍은 단체사진을 보고 애들처럼 행복해했다. 숲 속에 고인 물 웅덩이 보고 “스왐프다!” 외치는 A…물 웅덩이 깊이 알아본다고 계속 돌 던지고선 이상한 영혼 소환해내는 거 아니냐는 B…그거 보고 “저기서 이제 토니조화이트 나온다”는 C…이런 거에 다 같이 웃는 감각은 너무나 변방의 것이고 실없지만 소중하고 감사하다. 언제부턴가 버겁고 귀찮게만 느껴졌던 게 여럿이서 하는 여행이었는데 이번에는 부족함도 넘침도 없이 즐겁기만 했다. 이런 여행의 끝은 아쉬움도 하나 남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륙하기 직전의 순간에 창밖을 내다봤는데 작은 꽃잔디가 바람에 살랑살랑 일렁이는 걸 보고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밴 모리슨 얘기를 한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들으며 이륙 준비를 한 탓일까. Fair Play로 시작하는 이 앨범이 인스타그램에서는 지원이 안 되나보다. 누군가의 기준엔 분명 이상한 일일 것이다.
▪️1/4분기 총평:
새로운 일, 새로운 팀, 싱크패드 구입 후 윈도우 적응기(윈도우가 이렇게까지 못생겼었나…새삼 다시 절감), B형 독감, 다래끼, 린치의 죽음(heavy), 모티집 폐업, 유튜브 입성, 그리고…어쩔 수 없이 다시 집어든 연초.
이사온 집을 본격적으로 꾸미면서 이오셀리아니의 <4월> 속 젊은 부부의 춤을 많이 떠올렸다. 주머니 사정을 새까맣게 잊고 상품 자본주의에 눈이 훼까닥 도는 가여운 내 자신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락없는 동유럽 할머니 집이 되어가고 있어서……
2025년 첫 세 달 동안 내가 동료의 눈물을 보기도, 동료에게 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눈물 둘 다 슬픔보다는 연대, 응원, 우정이라는 태그를 달고 가득 고이는 따뜻한 것이라 다행이었다. 다들 각자 자리에서 정 나누며 존나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내란 수괴 아직도 파면 안 당했니…..? 21세기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엉터리 과대망상 쓰레기를 생산한 무식종자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지 분명치 않은 양복쟁이들이 K-아트의 부흥을 꾀하는 감 떨어지는 풍경을 보며 그저 코웃음만 나오지만, 이렇게 맘 놓고 코웃음 칠 수 있는 것도 계엄이 실패한 덕분이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치 생각 없이 예술을 보던 시절, 오랑쥬리 미술관 둥근 벽에 걸린 모네의 수련 같은 예술들에 나홀로 쓰라린 작별 인사를 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쁜 거 보고 충만해하는 나를 보고싶었는데! 당분간은 어림도 없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도 춘분도 한참 지나 칼바람에 눈발이 휘날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성실하고 신성한 노동을 통해 긁어모은 혈세를 몇십 개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정해진 하나의 지리적 위치로 이동시키는 반생태주의적 식민주의적 국가중심주의적 국제 예술행사에 쓰니, 또 그런 일에 내 노동이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니 우울할 겨를이 있나……국경을 명분으로 전쟁이 터지고 갈 곳 없어 찾아온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마당에 공고한 국가 개념 아래 아주 자랑스레 국가 이름을 걸면서 벌어지는 이 행사에 어떻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우울을 나누고 공감해줄 수 있는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계속할 힘은 어디선가 샘물처럼 졸졸 흘러나온다……존나 희미하고 잘 안 보이지만…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추상적인 세상… 그런 거 진짜로 다같이 목격하고 싶다. 그니까 헌재야 얼른 일 안 하고 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