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2에서 3으로 가는 길. 물은 순식간에 떨어졌다. 오아시스 찾는 심정으로 CP를 찾았다. 거의 탈수 직전 상태. 몸에 힘이 다 빠져 나아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굴렸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달렸다. CP에 도착하자마자 물 1리터를 원샷했다. 콜라, 커피, 파워에이드. 액체류는 다 때려넣었다. 그래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CP3에서 4로 가는 길. 아끼고 아꼈지만 또 물이 떨어졌다. 입이 너무 말라 물을 머금고 코로만 호흡했다. 효과가 있었지만, 머금을 물조차 떨어져버렸다. 플라스크를 3개는 챙겼어야 했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많이 마시는 건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나타난 워터 포인트에서 미지근한 물을 또 1리터 원샷. 하지만 갈증은 여전했다. 탈수 직전의 러너가 다 녹아버린 얼음팩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화가 났다. 최고 기온 30도. 날씨를 고려해서 CP 구성을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드랍백 구간에서 소머리국밥을 3그릇이나 원샷했다. 수박을 10개는 먹고, 온갖 액체류를 2리터는 마셨다. 내가 그러는 동안 많은 분들이 DNF를 했다.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더위에 약간의 두통이 생겼지만, 그래도 나는 갔다. 완주만 하자는 생각으로.
드랍백 이후에는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멋있는 주로가 나타났다. 백두대간 선자령이었나.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온 기분이었다. 아, 이걸 보기 위해서 내가 오늘 달리고 있구나. 다리를 떼기가 싫을 정도로 멋있었다. 그래도 나아갔다. 12시 이전에 들어오고 싶었다.
영영 나를 괴롭힐 것만 같던 해가 어느새 떨어지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날이 저물수록 에너지가 살아났다. 10키로 정도를 들짐승마냥 산에서 뛰어다녔다.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는 건지. 전생에 늑대였을까, 호랑이였을까, 멧돼지였을까. 아무튼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17km. 7분 페이스로 임도 구간을 달렸다. 마지막 7km는 오르막에서도 걷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12시 안에 들어오는 건가. 뭘 했는지 가민에 2km나 더 찍혀 있어서 계산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계산하는 데 머리를 쓰고 싶지도 않아 그냥 최선을 다해 달렸다. 그렇게 완주. 트랜스 제주보다 훨씬 극악의 환경이었지만, 그때보다 30분이나 일찍 들어왔다. 내 레이스를 내내 지켜보던 짝꿍과 통화하니 35번째로 들어왔다며 깜짝 놀랐다. 나도 놀랐다. 내가 완주했을 때는 149명이 DNF를 했다. 코스가 어려워서도 아니고, 준비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날씨와 날씨에 어울리지 않은 급수 때문이리라.
트레일 달리면서 처음으로 화가 나서 소리도 질러보고, 날씨 때문에 거의 울어도 보고, 그와중에 멋있는 자연 덕분에 웃기도 했다. 정말 희노애락 가득한 대회였다. 어떻게 완주했냐는 짝꿍의 말에 '나는 느리게 가도 버티는 건 잘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DNF라는 옵션은 지우고 시작했다. 가다 보면 언젠가는 완주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나아갔다. 그래서 결국 완주했다.
🥲 오늘 #TNF100 참가한 모든 러너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10분도 제대로 못 걷던 직장인에서
100km 트레일 완주까지 🏅
작가이자, 유튜버, 러너인 강주원(@runjuwon , @ggumtalkhead )님을 클투가 인터뷰했습니다 🎤
그저 수단이었던 달리기가 목적 그 자체가 되어,
삶을 부축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이제 달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삶.
풀 마라톤에서부터 100km 트레일,
앞으론 100마일 대회 완주까지.
💬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결국 가능하게“ 만드는 러너 강주원
주원 님의 여정을 클투가 응원합니다! 🏔🏃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에 열렸던 <그저 달리기인 줄 알았는데 삶이었다> 북토크. 귀한 시간을 내어 먼 곳까지 애써 찾아와 주신 독자분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쏟아냈다. 부족한 내 삶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공감을 얻길 바라며.
책에 사인과 함께 어떤 문구를 적어드릴까 고민하다 이렇게 적어드렸다. “○○님만의 페이스로 ○○님만의 삶을 신나게 달리시길.”
결국, 어떻게 달리든 자신이 가장 행복한 방향으로 달리는 게 최고다. 어떤 삶을 살든 자신이 가장 행복한 길을 따라 걷는 게 최고의 삶이듯. 나도, 나의 귀한 독자분들도 모두 자신만의 삶이라는 주로를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오늘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언젠가 주로에서 만나면 꼭 인사해 주세요!
다음 주엔 TNF 100 대회에 나간다. 영상을 찍으며 책을 홍보하겠다는 명분 반 스푼, 오롯이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장거리 대회가 고픈 마음 반 스푼이 더해져 추가 접수로 신청했다.
며칠 전에는 Cocodona 250 대회가 열렸다.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대회다. 저번 시애틀 여행 때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 가보려 했던 바로 그 애리조나다. Grand Canyon도 가고, Sedona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친다는 Vortex 스팟도 가보려 계획했다가, 무자비한 더위 때문에 취소했던 그곳. 그런 곳을 250마일, 그러니까 400km를 달리는 러너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뛰었다. 나도 언젠가 저 길을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완주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출발선에 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거리(?) 기록을 단축하는 데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그 의미를 완전히 놓은 건 아니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장거리’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다. 왜일까. 이유가 꼭 필요할까. 오래전부터 Pacific Crest Trail 횡단이 꿈이었다. 작년에는 꽤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며 거의 떠날 뻔하기도 했다. 아직은 그 길이 나를 부르는 힘이 조금 약하다고 느껴 미뤘지만. 누군가 왜 그 길을 가려 하느냐 묻는다면, 기나긴 시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 길 위를 걸으며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답할 것 같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반년 가까운 시간을 비워야 하는 미국 횡단 트레일 대신, 지금의 나에겐 100km 이상의 트레일 대회가 그 갈증을 대신 채워주고 있다.
말이 길어졌다. 아무튼 그렇다. 단순한 마라톤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새 사뭇 다른 길을 달리고 있다. 내년에는 어디서 달리고 있을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심장이 뛰도록 재밌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달린다.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불편한 느낌이 있으면 보강한다. 일주일 뒤에 다시 달린다. 전에 이상이 있던 부분이 괜찮아지면 보강이 잘 됐구나 하고 뿌듯함을 느낀다. 전보다 조금 빨리 달려본다. 또 어딘가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럼 또다시 보강하고 다시 달린다.
달리고, 보강하고, 다시 달리고 다시 보강하고. 요즘 나의 달리기는 참 단순하다. 이 단순함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즐겁게 달리고 있다.
“달리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어제 굿모닝런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시간 동안 그 질문을 곱씹으며 달리기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한 시간의 조깅을 마치고 카페에서 각자의 행복했던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 한 가지 질문, 단 한 문장만으로도 평범했던 달리기가 특별해졌다.
예전에는 자주 질문을 품고 달렸다. 고민되는 주제, 관심 있는 주제를 생각하며 달렸다. 요즘엔 그런 시간이 많이 줄었다.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잘 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달리기의 효능은 스킬, 체력적인 부분에만 있는 게 아닌데. 오히려 달리기는 정신적인 부분에 정말 큰 도움을 주는데.
이번을 계기로 다시 그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온전히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생각으로, 한 시간 동안 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달려야겠다.
📌 5월 10일 오후 3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그저 달리기인 줄 알았는데 삶이었다> 북토크가 있습니다. 몇 자리 남지 않았습니다. 프로필 링크를 클릭하시고 신청해 주세요 :)
책 출간한 김에 나홀로 마라톤. 책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 고민하다, 내 지난 6년간의 달리기를 돌아보다, 왜 조깅하는데도 42.195km는 힘들까 생각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기대하다 보니 42.195km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고사 지내는 마음으로 달렸던 나홀로 마라톤. 애써 낸 책, 한 분의 독자에게라도 더 닿을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
📓 그저 달리기인 줄 알았는데 삶이었다
👟 Cloudmonster 3 @on.korea
23년, 첫 마라톤을 완주하고 <보통의 달리기>를 출간했습니다. 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책이라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오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의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오늘부터는 달리기에 관한 모든 순간을 기록하자고.
4년 동안 달리며 떠오른 생각들, 대회를 준비했던 시간들, 뜨겁고 처절했던 대회의 현장들, 그리고 그 안에서 스쳐 지나가던 감정들을 붙잡아 적었습니다. 감정이 식기 전에, 깨달음이 흐려지기 전에, 가능한 한 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 쓰려 했습니다.
원고는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끝을 맺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올해 3월, 동아 마라톤을 마치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지금이구나.'
줄이고 덜어낸 376페이지에 지난 4년의 달리기를 담았습니다. 샌들을 신고 뛰었던 2023 홋카이도 마라톤부터, 서브3에 도전했던 2026 동아 마라톤까지. 대회를 따라가며, 그 사이에 쌓인 시간과 생각들을 함께 엮었습니다. 여러 번 읽고, 다시 고쳐 쓰는 시간을 지나며 문득 알았습니다. 그저 달리기인 줄 알았던 시간이, 결국 제 삶이었다는 것을.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닿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도 묵묵히 달리고 있는 분들에게는 하루만 더 나아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선 분들에게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의 신간 <그저 달리기인 줄 알았는데 삶이었다>는 현재 온라인 서점과 프로필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도 곧 진열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더디고 때로는 흔들리며 나아갔던 저의 달리기를 함께 지켜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러너, 작가 강주원 드림
비 때문에 출발 시각이 2시간 지연됐고 70K 코스가 취소돼서 38K를 뛰게 됐지만, 정말 즐겁게 뛰었다. 후반부에 잠깐 다리가 굳어 위기가 있었지만, 곧 내 페이스를 찾아 걷다 보니 금세 풀려 피니시까지 신나게 달렸다. 100K, 38K-J, 38K-P 모두 뛰어봤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모두 다 욕 나올 정도로 힘들다. 다른 대회들보다 두 배는 힘든 것 같다. 그래도 끝나고 나면 감동도 두 배, 보람도 두 배다.
CP 2였나. 동네 할머니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달려오는 주자들에게 박수를 쳐주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살짝 울컥했다. 정말 이런 대회는 장수밖에 없다.
기상 악화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 장트레 운영진분들, 비 와서 더 정신없이 움직였을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비와 싸우며 불평 없이 완주해낸 트레일 러너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jangsutrailrace 🙌🙌🙌
2023 홋카이도 마라톤에서 ON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았고, 기념 티셔츠가 썩 마음에 들어 줄곧 입고 다녔다. 러너들이 버린 옷을 재활용해서 티셔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감동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땐, 그냥 이런 브랜드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내가 ON에 빠지게 된 건, 이듬해 후지산 마라톤을 위해 도쿄에 갔다가 ON 매장에 들른 이후다.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려 들어간 시부야 매장. 직원들의 환대는 감동적이었고, 러너의 입장에서 만든 듯한 한 끗 다른 의류가 인상적이었다. 기다린 2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장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고, 덕분에 예정에 없었던 온갖 아이템을 구매해서 지갑을 비워버렸다.
나는 옷과 신발을 돌려 입는 타입이 아니다. 내 몸에 맞는 걸 찾으면 구멍 날 때까지 입고 신는 편이다. 그때 샀던 자켓은 여전히 잘 입고 있지만, 며칠 전 발볼이 넓은 나에게 꼭 맞아 매일 신던 클라우드 몬스터 2엔 구멍이 나고 말았다. 2년간 조깅, 인터벌, 롱런을 모두 소화했으니 그럴 만했다.
그 구멍이 인연이 될 줄이야. 아쉬움에 올린 포스팅 덕분에 ON 잠실점에 초대를 받았다. 러너들과 함께 야간런도 하고 짤막하게나마 내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2023년 이후로 쭉 관심 있게 지켜보던 브랜드와 함께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어 감동적인 하루였다.
정말 많은 러닝 브랜드가 있다. 기능은 점점 향상되고, 소구 포인트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진다. 워낙 무딘 사람이라 그런지 나는 그렇게 많은 걸 따지지 않는다. 내 몸에 맞으면 그게 최고다. 거기에 더불어, 왠지 모를 감동 한 스푼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다. ON은 나에게 그런 브랜드다. @on.korea@whatiwanna_doo 초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