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6, 350x140x70cm
나의 작업은 고통받는 동물을 바라보는 순간, 그 존재가 나와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경험에서 출발한다. 철장 속 억압된 환경에서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모습은, 불확실한 미래와 엄격한 사회적 규범 속에서 불안과 정신적 고립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과거 국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곰을 사육해 왔다. 사육 곰들은 좁은 철장 안에서 평생을 보내왔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받아 반복적으로 몸을 흔들거나 같은 자리를 맴돌아왔다.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2026년 사육 곰 사육은 제도적으로 종료되었고, 사육 곰이라는 이름 또한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철장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기다리고 있는 곰들이 남아 있다.
사육 곰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난 곰의 모습은 각자의 억압 속에서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서 조금은 다른 삶을 상상하게 한다. ‘안녕’은 이별이면서도 앞으로의 시간을 반기는 인사이다. 사육곰이라는 이름과의 작별이자, 새로운 삶을 향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