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으로 방아쇠를 당기잖아? 그대로 양양 시내가 다 불타는 거야.”
누군가 야간 초소 근무 중에 던진 말이다. 이제는 그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할 수 없지만, 여전히 당시의 양양 풍경이 포화에 휩싸이는 모습을 산에서 내려다 보는 꿈을 이따금 꾼다.
탄핵 결과가 발표되었던 2017년 3월 10일 당시, 논산에서 훈련병 신분이었으므로 교육이 끝나던 그 다음주에야 가족을 만나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육군훈련소에서는 외부와의 접촉은 손편지를 제외하곤 모두 통제 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여름, 박근혜 정부의 탄핵 기각 시나리오의 일환이었던 계엄령 계획 문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만약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면, 논산을 떠나 조치원으로 가던 2017년 3월의 나는 어떤 살풍경을 마주해야 했을까. 방공防空 병과였기에 계엄과 무관하다 하였지만, 함부로 단언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에서는 장성택과 현영철을 대공포로 처형하였고, 대한민국 국군의 대공포 교범에는 대공포의 대인 및 지상 사격 요령이 기재 되어 있다. 나는 대공포 운용병이었다.
조치원 이후에 배치된 자대는 동해 바다를 끼고 위아래를 오가는 곳이었다. 양양에 머무를 적에 대공포 포구가 향하는 곳의 2시 방향에는 양양 시내가 있었다. 포대 앞 초소에서 근무를 설 때는 적지 않은 선후임이 양양 시내를 쏜다는 내용의 농담을 던지곤 했다.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군임에도 ‘어떻게 저런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냐’고 생각하고 그저 받아 넘기던 말이었지만, 계엄 아래에서는 현실이 되었을 것이란 공포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연하게 남아 있다. 양양이 불타고, 서울이 불타고, 한반도가 불타는 공포, 대공포大恐怖.
4년 만에 스스로 카메라를 들면서, 모순을 이고 자멸할 뻔 했던 체제 속에서 겪은 공포와 무력감, 통증을 한 해 동안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작업을 마치고 이제야 좀 옛 걱정을 내려놓으려 했더니, 6년 전 공포를 안겨준 망령이 육신까지 얻어 돌아왔다. 그래, 언제까지고 와라. 나는 계속 그저 사진을 찍을 것이다.
부산, 부산이라는 이름을 소리내어 곱씹는다. 가마솥을 닮은 산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경기 안산의 부곡, 경남 창녕의 부곡 모두 같은 이름을 쓴다. 누가 그 산들을 보고 가마솥을 떠올렸을까? 부산의 산, 안산 부곡의 산, 창녕 부곡의 산. 모두 다른 형태이지만 똑같이 가마의 이름을 가진 산들.
요즈음 나와 다른 모양의 이름을 마주할 때면 주저없이 무너진다. 무너지고 채우고 쌓기를 반복하는 나날. 견고하고 유연하게 이름의 테두리를 빚어가야지.
2025. 08. 29. - 08. 31. 대학로극장 쿼드
2025 Re:Connect에서 3일간 펼쳐진 무대를 촬영했습니다.
1–3 64KSANA
4–6 민영치, 히다노 슈이치
7–9 윤은화, 애니멀 다이버스
각기 다른 색과 에너지를 가진 아티스트 분들의 멋진 연주를 가까이에서 기록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