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면서도 담백하고 절제되어 있는데도 어딘가 적나라하다. 일본 소설 특유의 에로틱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건 싫었지만 엄청나게 매력 있는 단편들!
<230밀리미터의 축복> 사람을 졸렬하게 만들고 마는 감정의 입체성...... 루루코의 신발을 무료로 수선해 주고 그녀가 빨리 좋은 신발을 신게 되기를 바라면서도 그녀의 꿈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마음. 좋게 말하면 그렇고 사실 가노라는 캐릭터 진짜 음침하고 찌질하다고 생각했다. (전처 메이코에게) 용서했다고 말하면서 비슷한 방법으로 비슷한 상처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그 성공을 기뻐하는 남자라니. 사실상 메이코가 겪은 시간은 산후우울증일 테니 병이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이들이 섹슈얼한 관계가 되지 않고 어느 시절 서로의 은인으로 마무리된 것, 그 매개체인 신발을 장례까지 하며 소중하고도 온전히 보내주게 된 건 좋았다.
<떨리다> 작중 주인공은 왜 이 세상은 성취하지 못하는 사랑을 계속 발생시킬까, 자문하지만 사실 그 답은 이야기 안에 있는 것 같다. 잘된 게 하나도 없음에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시간은 즐거우니까...... 그렇게 비효율적이고도 가치 있는 일이 바로 사랑이니까! 성취하지 못하는 사랑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야.
꽃이라는 아름다운 인상을 가지고도 그로테스크할 수 있구나 싶었던 <매그놀리아 남편>도 좋았다. 남이 말하기를 내면에 모순을 쌓아두지 않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뒤틀려 있는 리쿠의 사랑, 그리고 <꽃에 눈이 멀다> 속 하나의 사랑의 대비감도 재미있다.
나는 언제나 @adding.warmth 책사장님 밑줄에 영업당하고 .. 어쩌면 영원히 .......
정말 큰 슬픔 앞에서는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 같아 온몸으로 슬퍼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너무 슬펐다 이런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작가가 되지 못할 테고 그게 슬프기는커녕 기쁠 지경이야 상실이 필연적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은 버겁지만 그래도 내일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황정은의 소설은 그런 힘이 있어...... 어떻게 안 사랑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