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 in November.
내 것이라 부르기 시작한 공간의 처음을
다정하게 담아준 율라에게.
Jula has filled my first days in Berlin with the kindness I needed to softly navigate a space I was, and still am, trying to call mine. Thank you.
@thisisnotreallyfe@f4c333_
수리수리마수리상 수상자인 변용규 선생님,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요.
제가 향수병 때문에 많이 흔들릴 때 선생님을 찾아갔었잖아요.
그때 잠깐 머물렀던 선생님의 공간이 요즘 들어 자꾸 떠오르네요.
그 공간에 깔려 있던 선생님의 단단함 때문인지
정작 떠나려던 순간에 ‘정말 떠나도 될까?’ 하는 마음이 잠시 걸렸고요.
그때의 기운이 조금만 더 오래 붙잡고 있었다면
지금과는 많이다르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어요.
선생님 저 좀 이상하죠?
이건 확실히 향수병 같은데, 이렇게 어디를 가도 향수병이 따라오면
그것도 향수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집에 있어도 또 집이 그립고,
발 디딘 곳이 자꾸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어요.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보이지 않던 선생님과
그 공간에 스며 있던 묵직한 기운이
지금 제가 휘둘리고 있는 감정과 너무 반대라서
그래서
선생님 생각이 났나봐요.
선생님 잘 계시죠?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무슨 답을 찾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여기 잘 온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요.
해가 잘 안 떠서 아주 쬐끔 슬프지만 버틸 만해요.
공부도 재밌어요. 오랜만에 잘하고 싶은 게 생겨서 기운도 나고요.
허전한 건?
지구 반대편에 와도 똑같더라고요?
하나 달라진 건,
이 허전함을 조금만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다는거?
허전한 만큼 좋은 걸로 채우려고
움직이게 되니까요.
친구들 생각보다 많이 그립고,
동네 포차 치킨도 가끔 눈물 나게 먹고 싶고
참아야죠 그쵸?
2년 동안 계절 안 가리고 매일 같은 자리에서
캔커피 드시면서 신문 보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정이 들었나 봐요.
그동안 인사 한 번 못 드린 게
내 지난 10년만큼이나
괜히 아쉽고 그러네요.
다음에는 꼭 인사드릴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잘 지내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