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글을 한 편 올렸습니다. 🥳🥳
공교육을 떠난 지 6개월,
고양자유학교에 온 짧은 소감문입니다.
아이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 속에서
자기답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완벽한 학교는 없지만,
아이의 ‘단 한 번뿐인 어린 시절’을 소중히 지키고 싶은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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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나를 반기며 말한다.
“아빠, 나 수학 집공부(숙제) 다 했어.”
"정말?"
“요즘 눈치 못 챘어? 나 요즘 집에 오면 샤워나 숙제부터 먼저 해.”
그러고 보니 요며칠 그랬던 것 같다.
“아빠, 내가 7년 동안 미뤄봤거든? 근데 미루면 미룰수록 더 하기 싫고 힘들더라. 그래서 그냥 해야 할 거부터 하기로 했어.”
실행할 때보다 미룰 때가 더 스트레스라는 걸 깨닫다니. 기특하다. 이게 얼마나 갈까. 오래 갔으면.
미디어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학교 규칙이 없었더라면 꿈도 못 꿀일.
아, 다음주부터 방학이다.
두렵다. ㅠㅠ
«11살 생일 여행»
올해는 생일 당일이 아닌 주말에 에버랜드에 갔다. 매년 학교에 결석계를 내고 떠나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주말을 택했다. 큰 계획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에게는 갱장한 선물이 된 주말이었다.
숙취와 수면 부족인 상태에서 아침 일찍부터 운전해 하루 2만 보를 걸었으니 내겐 꽤나 빡센 일정이었다. 그래도 에버랜드는 역시 좋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물이 쏟아지는 워터밤 쇼에서 우리는 온몸이 흠뻑 젖도록 놀았다. 요즘 아크로바틱에 푹 빠진 아이는 서커스 공연을 보며 “옆돌기는 내가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긴장하던 아이는 막상 타보면 재미있어했다. 몇 번의 경험 끝에 말했다.
"겪어보기 전엔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네."
역시 경험은 가장 좋은 스승인가.
매년 그래왔듯, 퍼레이드를 마친 뒤에는 인생네컷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엔 집이 아닌 청송으로 향했다. 조현수 선생님의 8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아이는 여러 어른들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한 어른은 아이가 돌에 관심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옥 앞마당에서 옥돌을 잔뜩 고르게 해주셨다. 좋은 옥을 알아보는 법도 알려주셨다.
아이의 여러 호기심에 무척 반가워하셨다. 아이가 주기율표를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고 하자, 마침 집에 있다며 주기율표 티셔츠를 주셨고, 평행우주가 궁금하다고 하자 물리학 책을,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맥가이버칼까지 선물해주셨다.
그분이 물리학 전공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주기율표와 모스 굳기계를 술술 외우시는 모습에 아이는 완전히 빠져들어 눈에 하트가 나왔다.
또 다른 분은 퇴임하신 특수교사였다. 아이가 던지는 다양한 장애 관련 질문에 하나하나 진심으로 답해주셨다. "할머니 왜 이렇게 아는 게 많으세요?"라고 감탄하며 들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의 국토대장정을 기획해서 실행에 옮기고, 자비로 해외여행을 지원해 학생들이 두 발로 국경을 넘는 경험을 만들어준 일화도 들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눈 후, “세상엔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사람, 도와줘도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너는 첫 번째야. 가능성이 무한해.”
라는 축복을 건네주셨다.
그분께 밥도 얻어먹고 직접 수확한 자두와 술빵도 선물받았다. 아 용돈과 수세미까지!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어른을 만난다는 것.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아이 역시 하루 동안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은 것을 깊이 느낀 듯했다.
청송까지 간 김에, 나무닭움직임연구소를 찾아가 장소익 선생님을 뵈었다.
옛 학교를 예술 공간으로 바꾼 이 연구소에서, 예술과 연극에 대한 철학, 슈타이너 인지학을 반영한 양육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이는 옆방에서 진행되던 연극 대본 리딩에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일요일에 모인 여러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의 집중력을 칭찬해주셨다.
8월에 그곳에서 열릴 ‘2025 숲속공연예술캠프’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거리가 멀어 고민이 되지만, 아마도 보내게 될 것 같다.
이틀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에버랜드에서는 용기(?)를, 청송에서는 무한 격려와 수용을 받는 경험을 했다.
아이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물한 것 같아 기쁘고 흡족함 마음에 긴 메모를 남긴다.
고양자유학교에 오고 많은 것이 다르다. 그 중 하나는 '들살이'라는 것인데, 소풍이나 캠핑과는 차이가 있다. ‘들살이’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며칠을 지내는 시간이다.
부모 없는 일주일.
스스로 짐 싸고, 밥 해먹고, 친구들과 길을 걷고… 또 배려나 도전과 같은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이 기간 동안에 연습하게 될 것이다.
아이는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 태안으로 떠난다.
자기 짐은 자기가 지고, 자기 길은 자기가 걷는다.
그 덕분에 부모는… 둘이 여행을 떠난다😏✈️
《셀프 설거지》
대안학교 정식 개학 전, "기지개 학교"에 다녀온 우리집 어린이. 본인 식기는 스스로 설거지한다는 학교 규칙과 함께 설거지를 배워왔다. 방금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한창 설거지 중이라고 한다.
어른 지시 없이 실천하는 모습이 반갑고 대견하다.
자기 흔적을 스스로 정리하는 행동에서 '나도 이 집의 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나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까.
학교 규칙 혹은 부모 칭찬이라는 외적 요인이 아닌,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라는 내부의 동기가 있었을까? 확인하고 싶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는게 좋겠지.
아 나는 이제 그만 퇴근하고 싶다.
벙개로 모인 학교 아빠들은 지금쯤 홍어와 과메기를 먹으며 떠들고 있겠지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