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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붙은 돌이고 마음에 묻은 뼛조각이다
어떤 돌은 평생을 고쳐 매단다
했는데 더 해야 하고, 갔는데 더 가야 하고.
놓았을 때의 막막함을 감당하지 못해 그런 건지,
여기를 믿고 싶지 않아 그런건지,
정말로 더 나은 저편이 있다 믿는 건지,
그저 떼를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뭐라도 하나 알아야겠지만
대체로 그 모두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체한다.
무구한 돌을 흐린 눈으로 본 건 나일뿐.
너희들은 등에 붙은 돌이고 마음에 묻은 뼛조각이다
무겁기 전에 아프기 전에 그저 함께 있었다
<돌을 진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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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카린의 기획전에 참여합니다.
카린의 공간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계신 분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도 전시 기간 중 부산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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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은 오는 5월 12일부터 6월 28일까지, 나무와 흙, 그리고 손의 온도를 매개로 인간과 동물, 감정과 관계의 형태를 탐구하는 3인전 《Between Us》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갑빠오, 이수빈, 최호준 세 작가가 서로 다른 재료와 조형 언어를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에 주목합니다. 인간 곁에 머물지만 결코 완전히 소유될 수 없는 동물의 존재, 아이와의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순간들,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생겨나는 미묘한 거리와 온기까지. 세 작가의 작업은 우리 삶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쉽게 지나쳐버리는 감정과 존재의 결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물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감각적 풍경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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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Us
• 전시기간 | 2026.5.12(화) – 6.28(일)
• 관람시간 | 10:00 – 19:00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54, 2층 메종드카린 @maison_de_carin
• 문의 | 051-731-9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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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느린 산책의 정원>에 설치한 새와 맹꽁이.
이대길 스튜디오와 스튜디오 천이가 설계하고, 뜰 1994가 함께 조성한 이 정원은 다양한 생명의 터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 의도를 바탕으로 작은 웅덩이에 사는 맹꽁이, 열매 맺힌 나뭇가지를 오르내릴 새를 상상하며 직립으로 선 목상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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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길 정원사님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어요.” 하며 장승이나 동자석 같은 목조각을 놓고 싶다며 “나중에 삭으면 자연의 일부가 될수도 있겠고요.“라는 말을 슬쩍 덧붙이셨다. 야외에 설치하는 목조각인 만큼 작품 보존을 위한 과도한 노력만 고집하기보다 삭아감도 자연스럽게 수용하자는 태도가 자칫 작가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러우셨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덧붙인 한마디가 매혹적인 대목이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가 자연의 일부로서, 또 다른 자연의 일부인 나무를 매만지고 있음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으니까. 많은 것을 만들어내면서도 다행히, 그것이 머나먼 미래엔 자연의 일부로 사라질 무엇이라서, 지구에 이질적인 덩어리로 남지 않을 자연물질이라는 점에서 죄책감을 덜어내곤 했으니까. 그래서 나무와 흙, 돌 같은 재료를 좋아한다. 바탕이니까. 내 창작물의 맨 처음이었고, 무력화되었을 때 돌아갈 우리의 마지막이니까.
형태는 장승보다는 동자석에 가까운 꼴을 취했다. 동자석과 장승은 직립으로 선 외형도 닮았지만, 품은 뜻도 닮아 있다. 전통적으로 장승은 정월대보름을 즈음 만들며 장승제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줄 지어 뒷산에 올라 잘생긴 나무 하나 골라 ‘이 나무를 빌려다가 잘 쓰겠소’ 하고 절 올리며 자연에 나무를 빌리는 게 먼저다. 그걸 깎고 장식해 마을 어귀에 세우고, 제를 올리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길한 일이 가득하길 빌었다고 한다. 제주 지방의 장례문화의 일종으로 주로 무덤 앞에 세운 동자석은,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산 자의 복을 바라는 의미를 담은 소박한 형태의 석상이다. 둘 다 안녕을 바란다는 점에서, 주변의 자연을 빌려 포근한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닮았다. 옛것에는 대부분 그런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나의 목상에도 다른 생명의 자연스러운 터전을 지향하는 이 정원이 품은 뜻을 전하고, 모두의 길함을 바라고, 결국엔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불어넣었다.
설치 때 이후로 못 가본 탓에, 그간 가려놓았던 펜스가 제거된 더 자연스러운 풍경을 아직 담지 못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궂은 날엔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얼굴이 스친다. 끼고 앉아 깎느라 지나치게 소중해졌다. 하지만 알다시피 떠나온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때 묻고 거칠어지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차차 날렵했던 칼자국도 뭉개어지고, 곰팡이가 피고 이끼가 끼고, 형체가 무너지겠지. 결국 전체의 미약한 일부가 될 테고.
그럼 지켜봐야지, 두 친구가 야생의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나도 자연의 일부에 조금 더 가까워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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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작업실을 떠나보내기 전 열심히 눈에 담아둔 두 친구, 새로운 보금자리에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굽어 살피며 설치하던 장면, 정원에 알맞게 놓인 친구들, 덩치 큰 녀석들 암바 걸고 깎느라 유독 친밀했던 작업 장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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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서울숲 <느린 산책의 정원>
설계 이대길 스튜디오, 스튜디오 천이
조성 뜰 1994, 플래토
협력 서울그린트러스트
후원 신한투자증권
겨울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깨어날 때 어쩐지 마음은 다시 겨울에 접어들곤 했다. 이번 동안거의 기간은 꽤 길어져서 봄의 한가운데가 되어서도 마음의 가난은 채워지지 않았다.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시간이었을까. 그간에도 실상은 잘 지냈다. 어쩌면 부지런히. 길고 긴 하나의 과제가 있었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했다. 매일을 부단히 채웠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도 있었고. 그 고단함을 채우려 겨울에만 주던 산새 먹이를 끊지 못하고 4월까지 주었다만, 놓자마자 바쁘게 채어가던 씨앗이 이제 한나절이 지나도 그대로 있다. 모이통을 찾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이제야 새를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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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트스페이스의 기획전에 함께합니다.
동물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닌 ‘존재적 파트너’로 바라보는 작가들 각각의 시선을 담은 전시예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
저는 새로 작업한 눈길을 걷는 담비와, 기존작 중 몇몇 친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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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반자 ; 그리고 그 사이
Companion ; and more
2026. 2. 11 – 3. 7 유아트스페이스
Kang Suhee, Kim Hyeyeong, Baek Yeonsu, Park Sodam, Lee Soobin, Hy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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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제작한 서울연극센터의 ‘서울희곡상’ 트로피.
2024년에 이어 연속으로 제작했다.
요릭의 해골을 들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던 햄릿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연극이란 어떤 인물(얼굴)과 마주하며 삶의 면면을 반추하는 예술이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트로피의 주인공, 그러니까 선정자가 발표되던 연말에는 나도 개인전을 연 뒤라 이어지던 작업을 놓고 한숨 돌리는 시기였고,
무대 위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궁금해 시상식에 갔다.
마침 동짓날이었고, “일 년 중 가장 긴 밤을 소중한 사람들과 오래 축하하며 길게 보내겠다”던 대사처럼 아름다운 수상소감이 기억에 남았네.
어느덧 동지도 한참 지나, 밤은 조금씩 늦게 와서 조금 더 빨리 물러선다.
오늘, 내 손 위 얼굴을 바라보다-
나의 일도 손 위의 얼굴 굽어보며
살아감의 고단함과 기쁨과 슬픔과 평화를 새기는 일이지 싶었다.
지난 트로피의 얼굴도 사진으로 꺼내본다.
이 얼굴도 마음에 품었지.
수많은 얼굴들과 함께 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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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 @seoultheater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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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미켈란젤로 재단의 ‘호모파베르 장인Homo Faber Artisans’으로 선정되어 소개되었습니다. 한국어로 ‘장인’이라고 하면 깊은 솜씨와 고아한 정신으로 단련된 이들이 떠올라서 제게는 여전히 크고 조금은 어색한 이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손의 성실함과 마음의 진실됨만큼은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으니, 그런 예술가를 응원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영광스러운 타이틀에 함께합니다.
미켈란젤로 재단은 장인정신을 기리고 수작업으로 완성한 예술작품의 가치를 조명하는 비영리 재단으로, 호모파베르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예술가들을 소개하며 비엔날레를 여는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래 온라인 페이지를 통해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어요. 🙂
/en/artisans/soobin_lee-wood_carving-seoul
@homofa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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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처음 산 책.
좋아하는 시인의 새로운 시집.
출간일도 1월 1일이다
시인이 품은 마음은 더 깊겠지만
더 두터운 그리움을 붙들었겠지만
더 깊은 얼굴을 숨겨 두었겠지만
감히 나의 작업에 비추어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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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준 마음 _이제니
돌에게 마음을 준다. 빛나는 옷을 입힌다. 높다란 모자를 씌운다. 돌은 마음을 준 돌이고. 돌은 마음을 준 옷을 입고 있고. 돌은 마음을 입은 모자를 쓰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돌에게 마음을 쓴다. 살지 않는 돌에게 말을 건넨다. 마음을 쓰고 쓰면서 마음을 두드리고 두드린다.
살아가라고.
사라지지 말고 살아가라고.
두드리고 두드리면 들려오는 것. 들려오고 들려오면서 날아가는 것. 어리고 여린 돌의 흰 가루. 더는 만날 수 없는 몸의 고운 뼛가루. 날리고 날려서 들판으로 날아간다. 날아가고 날아가서 바닷길에 닿는다. 한 줌 쥐어보는 돌의 마음.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돌의 시선. 길목과 길목에는 손길이 닿은 돌이 놓여 있다. 빛나고 높다란 것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사랑하는 표정이 줄줄이 길을 가고 있다. 다정한 손끝이 가리키던 한낮의 빛. 품어주고 품어주던 너른 장소. 누구와도 닮지 않은 억양으로 내 이름을 부르던. 큰 돌 위에 작은 돌. 작은 돌 위에 더 작은 돌. 쌓고 쌓으며 기도하던 두 손의 간절함으로. 돌이 준 마음이 날아가는 옷을 입고 있다. 마음을 준 돌이 사라지는 모자를 쓰고 있다. 사라지는 모자를 쓴 돌이 사라지는 마음이 되어 닿고 있다. 마음을 다해 마음이 되어 마음에 닿고 있다.
사라지는 것으로 살아가면서.
살아 있는 것으로 휘날리면서.
몸을 보라고. 몸이 아닌 몸을 보라고. 돌이 준 마음을 안고 있다. 돌이 된 마음을 알고 있다. 몸 아닌 몸으로 움직이는 돌이 있다.
#영원이미래를돌아본다 #묻어둔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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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고서야 늦은 인사를 전합니다.
작업을 시작한 뒤로 줄곧 밤에 속해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어두움은 처음에는 마음도 어둡게 물들이는 듯했지만 그 어둠에 익숙해지자 작은 기척도 더 크게, 미약한 온기도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세상과 더 가까워지고 깊게 알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전달되었을지 모르지만, 제가 준비한 것보다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고 공감해 주신 분들 덕분에 마음을 채우고 힘을 얻었습니다.
전시를 세심하게 꾸려주신 김예빈 대표님께도 감사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해요. 갤러리 모순의 정동에서의 마지막 전시였던 덕분에
그 공간을 아끼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고, 저까지 넘치는 축하를 받고 환희에 함께하고, 아쉬움에 애틋했습니다.
잠시나마 서로에게 닿을 수 있어 무척 감사했습니다. 그 얼굴과 눈빛과 마음과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며, 다시 제 자리에서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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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ungho.j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