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안내
연마된 이면(二面): 들여다보는 행위와 계절의 선율, 미사에 닛케/박래기
전시 기간: 2026. 5. 22(금) – 5. 31(일) / 월요일 휴무
운영 시간: 12:00 – 18:00
전시 장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4 2층
@objectify_official
with
@projectify_seoul &
@collect_yy
참여 작가:
미사에 닛케
@nikke_misae
박래기
@park.raeki
공예는 사물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 끝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는 물질의 심연을 끈기 있게 들여다보는 박래기와 자연의 유기적인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Misae Nikke의 작업을 통해 익숙한 사물이 지닌 낯설고도 아름다운 이면을 조명합니다. 박래기가 재료의 한계 너머에 숨겨진 광물적 질감을 발굴해낸다면 Nikke는 단단한 금속 위에 식물의 찰나적인 생명력을 새겨 넣습니다. 이들의 조우는 거시적인 대지의 층위로부터 미시적인 풀잎의 흔들림에 이르는 자연의 숭고한 질서를 한자리에 구현합니다.
박래기의 [Unveiled] 시리즈는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는“ 관찰의 시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작가만의 감각으로 배합한 복합점토로 기물을 빚어 역사적인 사발의 형태를 구축한 뒤 그 위에 망간 과포화 유약을 입혀 가마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변이를 유도합니다. 특히 기물 전체가 금속의 물성을 띠도록 바닥면까지 검은 이장을 분사하여 마감하는 그의 방식은 극도로 섬세한 노동력을 요구합니다. 소성 후 불규칙한 요철로 뒤덮인 표면은 작가의 집요한 연마를 거쳐 비로소 그 이면을 드러냅니다. 매트한 피막 속에 숨어 있던 적동색의 금속적 질감과 목탄의 무늬는 작가의 수행적 행위를 통해 깊이감 있는 색채로 치환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찻잔과 볼, 카타쿠치는 반복적인 차 마심의 행위 안에서 물질이 지닌 다양한 층위와 분위기를 천천히 체감하게 하는 명상적인 도구가 됩니다.
이러한 대지의 응축된 힘 위로 Misae Nikke의 식물적 감각이 겹쳐집니다. Nikke는 풀과 나무, 꽃과 열매라는 자연의 유기적인 형상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금속이라는 차가운 매질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녀가 준비한 이번 작업은 계절의 정취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이제 막 결실을 맺으려는 열매의 팽팽한 긴장감과 화려한 시간을 뒤로하고 막 지고 난 꽃들이 남긴 처연한 곡선은 금속의 선율이 되어 우리 곁에 머눕니다. 작가의 손을 거친 금속은 더 이상 차가운 무기물이 아니라 지금 이 계절의 온도를 기억하는 유기적인 신체로 변모합니다.
박래기의 기물이 지닌 묵직한 물성과 Misae Nikke의 커트러리가 지닌 정교한 리듬은 이 전시 공간 안에서 하나의 감각적 순환을 이룹니다. 흙에서 발굴된 금속적 질감과 금속으로 피어난 식물의 형상은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는 행위가 물질에 어떻게 고유한 서사를 입히는지 증명합니다. 닥종이의 부드러운 바탕 위에 놓인 다구(茶具)와 도구들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차를 마시고 사물을 응시하는 일상의 반복 안에서 여러분은 이들이 간직한 어떤 층위와 조우하게 될까요?
연마된 이면과 식물의 선 사이에서 각자의 자연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