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지난해 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래 만드는 걸 멈추고 싶었다.
가족과 친구, 스승 등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실망을, 부담을, 걱정과 희생을.
노래를 만드는 과정부터 발매까지, 온갖 부정적인 면모와 감정들을 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게 인간답게 사는 것과 가장 먼 행위로 느껴졌다.
더불어, 내 여정에 함께한 사람들에게 만족할 수 있는 대가를 주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밤, 잠 못 들게 했다.
밑 빠진 독에 쉼 없이 물을 부어대는 과정이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힘들고, 귀찮고, 또 아프게 한다는 사실이 내게 큰 죄책감으로 남았다.
지난해부터 이유 모를 헛구역질이 시작됐다.
작업실에 혼자 앉아 있을 때도, 사람들과 함께 회의 할 때도, 먹은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에도 자꾸 토가 올라왔다.
실제 토를 쏟아내진 않아 숨기기 참 쉬웠지만, 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직전의 단계에서 무언가가 나를 옥좨 오는 듯했다.
위에 한껏 나열한 그 더러운 모습들을 매일 마주하니, 어쩌면 구역감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 속에도, 노래를 만들어 내는 건 내 생존과 관련된 일이었고.
이걸 세상에 내보여야만 이 지독한 저주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서 나로 인해 상처받은 누군가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원했다.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죽기 직전’까지 달걀을 맞고 싶다고 감독님께 요청했었다.
그만큼, 실제로 난 처참히 망가졌고.
현실과 음악을 넘어 만인이 봤으면 할 영상 속 내 모습도 아주 솔직하게. 처참히 망가지길 원했다.
어쩌면 그렇게 고통받아야 비로소 살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
촬영 가장 마지막 씬.
달걀 60개를 맞은 직후, 우주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 나오자, 눈물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아파서 우는 것도, 옷이 더러워져서 우는 것도 아닌 그 순간 현장에 함께한 16명의 사람이 수승한 수행자이자 자비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내가 뭐라고, 도대체 뭐길래. 모두가 16시간 동안 싫은 티 없이 온 힘을 쏟았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이 함께하는데, 약해 빠진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또 언제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계기로 새로운 원력이 생겼고, 그 원력을 성취하기 위해 또 새로운 마음으로 또 달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낮 허황된 꿈 말고, 상상을 현실로 꼭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티스트의 고집과 무리한 요구에도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모든 걸 쏟아 준 Team 4402 우주, 재준 감독 휘하 모든 제작진.
@4402visuals @sfx.ww
영하의 추위에도 맨발, 원피스를 입고 끝까지 밝은 미소로 함께해주신 손자영 배우님.
@ja0_9new
다급한 부탁에도 멋진 왈츠 안무를 완성시켜준 혜지 누나와 화석이.
@xx__zzi @rrrryu_hs
노래와 영상을 넘나들며 의지처가 돼 준 내 친구 지현이.
@godivaworld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천사의 세계를 구현해 준 쇼핀
@shofin__ , 내 어둠의 세상이 빛을 보는 과정 속 모든 걸 맡아 주신 스승님께
@ddole9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저도 그리고 당신도 세상 존귀한 존재이자 사랑받아도 될 존재임을 알려준.
그 모든 분께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설 연휴 끝자락, 정자동 작업실에서 작두콩 차 마시며.
널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