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편집자k 에서 인생책 10권을 소개했다. 인생책 핑계로 그냥 내 얘기 잔뜩 함. 불러 주시고 경청해 주신 윤정 선배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재밌었다. 책들의 목록은,
1 말콤엑스 by 알렉스 헤일리
2 하나님의 지하운동 by 리차드 범브란트
3 아리랑 by 님웨일스/김산
4 압록강은 흐른다 by 이미륵
5 고독한 밤에 호루르기를 불어라 by 이응준
6 남해 금산 by 이성복
7 동경일일 by 마츠모토 타이요
8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 by 로버트 맥키
9 장미의 이름 by 움베르토 에코
10 불필요한 여자 by 라비 알라메딘
정신없이 쓰고 난 뒤 내가 뭘 썼는지조차 잊어버리기 일쑤인 게 소위 ‘편집자레터’이지만 민음북클럽 에디션이나 워터프루프북처럼 책 속에 들어가는 글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긴 시간 고민해서 쓴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순간 집중력 최고 상태로 솔직한 심경 같은 것도 털어놓게 되고. 봄맞이 책 정리 중 발견한 작년 워터프루프북 편집자레터 도입. 오랜만에 보니 그때의 피곤이 내 눈에는 보인다. 편지가 잘 도착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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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말 많이 읽겠네요. 한 달에 몇 권이나, 아니 1년에 몇 권이나 읽으세요?” 편집자들이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헤아려 본 적은 없지만 정말 많이 읽기는 합니다. 당연하죠. 직업이니까요. 아직 책이 아닌 글, 책이 되려는 글, 이미 책이 된 글… 그런 모든 글들을 읽고 또 읽는 게 책 만드는 삶의 기본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의 읽기 ‘자체’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실존적인 차원으로서의 진짜 독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독서에 진짜 독서가 있고 가짜 독서가 있단 말이야?”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
독서는 ‘읽기’를 통해 이뤄지지만 ‘읽기’가 곧 독서는 아닙니다. 직업으로서의 읽기는 노동에서 그치기 쉽습니다. 저는 그 읽는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고 살아갑니다. 솔직히 노동이 늘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삶은 고단하고 고통스러우니까요. 보람도 있고 가치도 있지만, 그래서 더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유별난 소리가 아니라, 직장생활의 당연한 현실이죠. 누구나 그럴 겁니다.
반면, 진짜 나만을 위한 독서를 하게 되면 바람 잘 드는 숲속을 산책하듯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때의 회복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노동으로서의 읽기와도 다릅니다. 오롯이 즐기는 독서는 책의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그 책의 물성 자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사각사각 넘기며 느끼는 데서 오는 말할 수 없는 평안을 줍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 독서는 마음의 치료제에 더 가깝습니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고 전달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죠. 알고 전달하는 독서는 깨닫고 느끼는 독서의 부분집합이고요. 노동으로서의 독서에서 벗어나 쉼으로서의 독서를 할 때, 우리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모든 피로들로부터 벗어납니다. 깨닫고 느끼며 차원이 다른 회복을 얻습니다.
여름에 읽으면 더 좋은 시와 소설을 묶었습니다...
바나나의 독자였던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일로 바나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작은 감탄들을 했던 건 사실이다. ”인생의 밝음을 허물없이“ 그리고 기만이나 가식 없이 진지하게 써낼 수 있는 드문 작가라는 걸 알겠어서.
신작 소설집을 읽었다. 밝게 겪어내는 슬픔과 그 회복도 인생의 한 부분이긴 하지. 내가 생각하는 문학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그 거리를 좀 조정하게 해 줬고 바나나의 자리가 여전히 대체 불가란 것도 새삼 알게 해 줌. #손모아장갑과가여움
세상에 내놓지도 않을 거면서, 순전히 자신만을 위해,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게 일상이자 일생인 72세 여성의 이야기. 읽는 내내 문학적 유희와 문학적 복수와 문학적 귀족스러움.. 속에서 황홀하였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 당연히 컸지만 애쓰지 않아도 그냥 떠오르는 내 주위 ‘문학애호가’들한테 차례차례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난 게 좀 더 좋았다. 우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책을 드디어 만난 기분. 아래는 이 책에 덧댄 내 추천사. #불필요한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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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이야기의 가장 고매한 형태는 문학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문학이고 문학이 곧 세상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를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 말하는 이들보단 자신이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굳게 떠받친다. ‘불필요한 사람’이라는 말 속에는 삶을 대하는 품위가, 삶에 대한 강한 자존감이 있다.
인생을 똑바로 살아가기 이전에, 인생을 잘 견디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을 문학 번역을 묵묵히 지속하는 행위 같은 것. 이 소설은 가장 조용하게 투쟁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초라하고 무덤덤한 껍질을 벗겨 보니 그 안에 환한 빛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서 그러한 빛을 보았다. 『불필요한 여자』는 이토록 환한 사람의 내면으로 가득 찬 소설이다.
12월에 만든 책.
피천득의 딸에 대한 사랑은 좀 ‘짝사랑’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피천득 산문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리 아빠 딸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피천득은 아들과 유난히 다정한 관계였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내면서 아들인 피수영 박사에게 공개 안 된 편지 같은 건 없는지 물어봤다. 한꾸러미의 편지, 엽서, 카드를 보여 주셨고, 그중 일곱 편을 실었다.
딸 ‘서영이’ 파트가 있는 것처럼 단독으로 부를 구성해 ‘수영이에게‘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년의 쓸쓸함과 헛헛함에 대한 넋두리 사이사이 부자지간의 사랑과 우정, 애정과 그리움이 귀엽고 애틋하다.
거의 모든 편지에 담배 끊으란 잔소리가 있다. 내가 알기로 아드님은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 않으셨..
새가 포르르 날아가 버릴 때 그 서운한 순간이 제목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제목은 <인연>의 한 구절이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아사코와,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악수도없이헤어졌다
#후리 추천사를 썼다. 작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다. 전작 #뫼르소살인사건 에서 받은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상 받았단 소식에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정작 알제리에선 금서, 프랑스에선 상을 받는 이 책의 운명에 대해서는 잠깐 이런저런 상념도..
소설 분량이 좀 많은 편이고 파편화된 신체감각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내레이션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데 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내 기준에선 가독성도 좋고 표현이며 형식도 새로웠다.
어제 북토크 자리에서 들은 바로, 알제리 젊은이들이 몰래 이 책을 구해 다른 책의 커버를 씌워 읽는다고 한다. 이 책의 주제는 진실의 내용보다 진실을 유통하는 일의 어려움이다. 아래는 내 추천사. 진짜 추천합니다.
“국가와 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나 역사적 맥락을 살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각각의 사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 사연이 남긴 결과다. 환란이 지나간 뒤에 남는 것은 언제나 피해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여자와 아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학에 세상의 상처를 기록하고 고발하는 측면이 있다면 누가 울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문학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다. 『후리』는 ‘검은 10년’으로 불리는 알제리 내전의 기억을 되살려 폭력과 신앙, 그리고 남성의 권력 아래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 목소리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의 윤리로, 한 지역의 상처를 세계의 문제로 확장시켜 어느 나라, 어떤 시대의 독자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아픔과 회복의 시선을 보여 준다.
이 소설을 모른 채 윤리를 말한다면, 그것이 어떤 말이든 충분한 진실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