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100년의 얼굴
어릴 적, 옛 서울역은 자동차 뒷자리에서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회색 건물들 사이로 나타난 갈색 아치형 건물은 장난감 같은 모습으로 어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것은 늘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는, 손에 넣지 못한 장난감처럼 남았다.
1979년에 태어난 나는 서울역이 역으로서 활기 있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서울역은 늘 호기심과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는 장소였다. 어린 시절의 감흥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번 서울역 100주년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중앙홀에서 한국 근현대의 풍경을 담은 대형 드로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서울역의 구조를 틀 삼아 아카이브처럼 쌓인 풍경을 그린 이 드로잉은 LED 패널을 통해 오늘날 도시의 불빛으로 확장된다. 과거와 현재의 층위가 겹치고 충돌하고 교차한다.
전면에 놓인 11미터 길이의 테이블에는 신 서울역 도면, 역사 자료의 글자와 문양, 옛 지도와 간판 등이 중첩되고, 디지털 표시 장치가 더해져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이 빛나는 표면 위에서 반사되고 교차한다.
중앙홀 네 기둥에는 창고에서 발견한 낡고 부서진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창고에서 마주한 먼지와 녹이 가득한 풍경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나는 먼지와 녹을 닦아내지 않고, 오늘의 기술로 다시 불을 밝혔다.
복원의 반짝임이 아니라 인위적인 불 비춤이다. 죽은 고목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의 새싹처럼, 이 새로운 빛이 서울역 100번째 생일 축하의 불빛이 되기 바랐다.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불 꺼진 장난감 집 같은 서울역에 다시 빛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지금의 감각으로 새롭게 밝히는 것이다. 이번 작업은 꺼진 장난감 집에 불을 켜듯, 서울역 100주년을 축하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작가 | 권민호
공간디자인 | 동준모
@junmo_d
실크 인쇄 | SAA (정성훈, 이산하)
@screenartagency
표시장치 및 조명 설치 | 원대한
@daehanweon
사운드 디자인 | 정문기
@quicktimeevent
애니메이션 도움 | 이경은
@end_of_star
〈서울역, 100년의 얼굴〉, 2025,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250×600cm
〈서울역, 100년의 얼굴〉, 2025, 애니메이션, 컬러 HD 2300px, 250×600cm, 60초
〈서울역, 100년의 얼굴〉, 2025, 도면과 사진 꼴라쥬 후 도면 인쇄, 디지털 표시장치 애니메이션, 유리패널 위 서울역 보전 유물 설치, 450×1100×30cm
〈서울역, 100년의 얼굴〉, 2025, 서울역 보전 샹들리에, 아연도금 철판 구조물에 백열전구 설치
옛서울역 100주년 전시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
2025.9.30~11.30
문화역서울284
#백년과하루 #문화역서울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