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ad Don’t Die, 2019 (Jim Jarmusch)
어느 평론가가 힙하다고 했는데 정말 힙한 영화다.
힙하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 혹은,
노멀 크러시.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질린 20대가 보통의 존재에 눈을 돌리게 된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에 반응하고, 소박한 골목길을 되려 힙하다 생각하며, 사소한 사람들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는 등의 형태로 나타남. 별 말이 다 있네.
원래도 그렇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몽땅 넣어놓고 아무 의미 없는 듯한 이상한 대화를 탁구치듯 왔다 갔다 하는 걸 피식 피식 웃다보면 갑자기 결말이 오는 영화.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조연으로 셀레나 고메즈, 톰 웨이츠와 이기팝. 무슨 B급 코미디 호러 영화에 이런 배우들이 나오나, 당연히 감독 때문이긴 해도.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점을 똥으로 주었지만 그래도 기대 엄청하고 봤다. 나는 좋던데(이상하긴함).. 그들은 아마 스펙타클한 좀비 영화라고 기대하고 평점을 쓴 게 분명하다.
아담 드라이버! 그는 우울한 청춘 영화 ‘프란시스 하’의 남주. 막막한 20대 삶을 살아가는 여주와 대조되는 여유로운 예술가, 또 ‘위아영’에선 중년의 커플에 활기를 찾아주는 젊은 예술가였다. 물론 스타워즈 대작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본인이 스타워즈 열쇠고리를 가지고 나온다.
이 사람은 좀비가 나오기 전에도 계속 끝이 좋지 않을 거라 한다. 그러자 그의 짝꿍 경찰관 빌 머레이는 좀비에 둘러 쌓인 차 안에서 왜 자꾸 불길하게 그런 말을 하냐고 화낸다.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 난 사실 대본을 다 봤거든“ “뭐? 나한테는 쪽대본 밖에 안 줬는데? 내가 짐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계속 농담으로 내용을 전개하며 좀비 세계로 몰입도 잘 안시켜주는 와중에 이 영화 자체를 언급하는 인물들. 감독이 그렇게 나오니, 아예 이 영화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보지 말고 인물들이 하는 대사에나 집중하라는 듯이 들려졌다.
짐 자무쉬는 계속해서 스토리의 맥을 잘못 짚게 만든다. 히치콕이 관습적으로 쓴 맥거핀 기법. 웃겼던건 틸다가 처음으로 좀비로 변하는 시체의 움직임을 본 직후 그 다음 대사가 “너 걔랑 사귀는 사이야?” 틸다 스윈튼은 시체에 예쁜 옷을 입히고 얼굴에 팝아트적인 화장을 해주는 장의사이다. 부처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무라이이기도 하다. 뭔가 '한 건' 할 것 같은 외모의 캐릭터인데 정말 내용에 별 개입 안하다가 나중에는 뜬금없이 엉성한 CG로 생겨난 우주선으로 올라간다. 맥거핀 그 자체의 인물이다.
좀비는 무덤에서 나오자마자 살아 생전 자신이 사용했던 단어만 계속 웅얼거린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커피..” 빠르지도 않고 엄청 공격적이지도 않다. 그냥 무기력한 좀비다. 첫 좀비는 이기팝, 커피와 담배에서 커피를 마시는 역할이었던 것 처럼 여기에선 커피만 찾는 좀비 역이다. 좀 더 가다보면 이 영화의 OST, The Dead Don’t Die 부른 스터길 심슨이 기타를 찾는 좀비, 카메오로 출연한다. 산 사람도 아니고 더 이상 어떤 것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무의미한 물질적인 것들을 찾는다.
첫 장면은 톰 웨이츠. 마을 근처 산 속에 생활하는 야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실제로 잭 케루악 영향을 받아 소설 '길 위에서'를 읽고 방랑가의 길을 걸었다. 그 다운 역할이었다. 마지막도 그가 좀비로 물든 세상을 관조하며 혼자 독백하다 끝이 난다. 이 사람은 별 다르게 하는 것 없이 세상과 떨어진 채 자연과만 대화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웅성이는 좀비들에 대고 말한다. “저들은 영혼을 팔아서까지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지. 죽어서도 채워지지 않는 좀비들“ 사실은 물질만능사회의 현대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세지인 듯 하다. 너희도 저들과 똑같은 좀비들인걸 하고.
틸다 스윈튼은 좀비들 사이로 모세의 기적처럼 걸어가 우주선으로 슝 올라간다. 그녀는 이 지구에 살지 않는 외계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속세에 때묻지 않은 존재이기에 살아 남은 걸까? 살아 남은 인물은 이렇다. 외계인, 수용소 아이들, 숲 속의 야인. 이 외 나머지 사람들은 다 좀비에게 뜯겨 죽는다.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서도 아직 그들이 살아있으니 희망은 있어 보이게 끝이 났다.
아, 영화시작 전까진 가족 영화인 줄 알았다.
The Dad Don't Die 인 줄 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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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아했던 건
놓쳐버린다
곱게 송송히 만들어
저 만치에서 보고싶어서
아껴서 그랬나
아끼지도 못했나
시간만 잘 간다
어차피 손도 못댈 걸
뉴욕에서 제일 좋았던
마지막 바우마이스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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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tta Baumeister SS 25
마지막 일정은 멜리타 바우마이스터, 독일 태생 디자이너의 쇼다. 휴대폰 속 용량 경고 표시를 보며 쇼 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모퉁이에 자리한 작은 스피커에서 숨소리가 들린다. 몰아쉬는 듯, 파동이 귀로 전해진다. 패션 위크의 막바지다운 헐떡거림. 문이 열리고 보이는 현대 발레 무용수들. 계속해서 거친 숨소리는 이어진다. 패럴림픽 단거리 선수인 스카우트 바셋Scout Bassett이 출발점에 섰다. 중국 고아원을 떠나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선 그. ‘전 여성이고 아시아계이고 비장애인입니다’. 오프닝을 알리는 총소리가 들리고 블레이드 모양의 의족을 찬 바셋이 역주한다. 그 어떤 것도 정형화되지 않은 모델들이 지나간다. 스포츠웨어와 펑크 그리고 럭셔리를 섞어놓은 차림새. 똑 하고 부러질 듯, 고딕하면서도 하드코어한 옷의 자태. 발뒤꿈치부터 바나나 가방, 솟아오른 포니테일 사이사이 장식된 뾰족 가시들. 왜소한 실루엣에 잔뜩 움츠려 유약하게 걸어가는 모델의 어깨 패드와 액세서리 역시 날카롭게 곤두선 모양이다. 먼지가 풍기듯 씩씩대며 돌진하는 모델은 눈이 벌겋다. 무언가에 대한 투쟁일까. 자리에서 일어난 뒤 떠오른 단어는 ‘외계에서 온 삐삐들’. 두려움 따윈 없는 소녀, 학교에도 가지 않고 혼자서 멋대로 살아가며 늘 모험하는 삐삐. 자유를 열망하며 숨을 고르는 소리가 런웨이에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