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박이도입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그림책
🍎<사과를 그리는 100가지 방법>이 출간되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의견 나눠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danchu_press 와 연을 맺고 책이 나올 수 있게 도와준 다움, 다은 부부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Volet roulant이라고 긴 봉의 끝에 달린 손잡이를 꺾고 꺾어 돌리면 올라가는 블라인드가 있었는데, 사용법을 몰라 꽤 긴 시간을 블라인드 주위로 새어나오는 찝찝한 빛과 형광등에 의존해 지내야 했다.
프랑스에 도착해서 살게 된 그 어둡고 낯선 기숙사 방에서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 저 노란 새였다.
꾸역꾸역 챙겨간 조그만 캔버스와 물감 몇 개. 기숙사 카운터에서 얻은 연필로 그린 그림.
나에겐 일종의 부적이었다. 모든 것이 생소한 이 나라에서 믿지 못할(만큼 좋은) 일과 생각이 일어나기를. 저 새가 그러한 것들을 물어다주길.
작년 작업실 이사하며 정리되지 않은 짐들로 작업할 공간이 고작 책상 앞 하나. 차고 앉아 있자니 생각나는 예전 그 방과 한 켠에 놓여 있던 작은 새.
새로 자리 잡은 이곳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며 그렇게 몇 마리의 새들을 더 그렸다.
새벽에 깨서 Earth set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한참 보다 다시 잠이 들었다.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기엔 달만큼 멀어 보였다. 어떤 기분일까.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지 말아야지.
세어 보니 한 끼에 먹은 채소가 일곱 가지나 된다.
이십 년 전에 했던 드로잉 스캔해 둔 것들.
이십 년은 멀어 보이지 않는다.
클래식을 자주 듣진 않지만
좋아하는 곡 중 하나
Jeux d’eau (물의 유희)
모리스 라벨 1901년 작곡.
리스트의 Les jeux d’eau à la Villa d’Este (빌라 데스테의 물놀이들)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물의 유희‘라고 번역되지만 나는 ‘물의 놀이’나 ‘물의 장난’으로 생각하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물의 장난
80 x 80 cm
나무판위에 알루미늄박과 밀랍
2024
#JeuxDeau #MauriceRavel #FranzLiszt
후덕죽 쉐프님께서 아무것도 아닌 걸 갖다가 조금만 머리를 쓰면 새로운 맛이 나고 새로운 요리가 나오고 그렇게 하는 것이 굉장히
재미가 난다 하시더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러 주제와 수사가 작품을 앞서는 경우도 있지만 그 근간은 역시 재미다(나의 경우). 생각과 경험을 옮기는 재미.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는 재미. 손이 가는 대로 움직여보는 재미.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섞어놓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 그 재미들이 결국에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기대감.
난 그것들이 굉장히 재미가 난다.
Silent Movie
124 x 210 cm
Wax and pigment on wood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