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필즈 2025,
참여자분들과 함께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oakmoss_official @xo.rek
행위하는 숲 | 오크모스 + 박소정
바람은 숲을 흔들고, 나무는 그 흔들림 속에서 오래된 시간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어떤 순간, 그 숲은 불길에 휩싸이며 전혀 다른 세계로 바뀌어갑니다. 산불은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물질과 물질이 부딪히며 세계를 새로 쓰는 사건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끊임없이 변형과 충돌 속에서 다시 쓰입니다. 그 과정에서 불은 가장 급진적인 힘으로 등장합니다. 산불이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쓰는 사건인 이유입니다.
이 작업은 신유물론적 시선에서 출발합니다. 신유물론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고, 숲과 불, 물, 공기와 같은 다른 존재들과 동등한 위치에 둡니다. 산불을 은유나 상징으로 환원하는 대신, 인간 또한 불과 함께 변형되고 작용하는 물질적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불은 인간의 삶과 감각을 바꾸고, 호흡과 기억까지 다시 짜맞춥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관찰자가 아니라 사건 속에서 변형되는 하나의 물질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파괴하며 자신을 자연의 외부에 두었습니다.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고, 바다를 메워 소유할 땅을 넓혔으며, 끝없는 편리와 욕망을 위해 생태계를 소모품처럼 사용했지요. 그러나 기후 위기, 산불, 홍수, 팬데믹은 우리가 더 이상 자연을 배경으로 둘 수 없음을 가르칩니다. 이 재난들은 인간의 오만과 폭력에 대한 응답이자, 인간 또한 물질적 연쇄의 일부라는 냉정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연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 불길과 바람, 흙과 미생물과 함께 흔들리고 무너지는 하나의 가변적 조립체라는 사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바로 그 존재론적 균열 위에 서 있습니다. 인간과 숲, 불과 공기는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동시에 생성한다. 덩굴은 혈관처럼 얽히고, 나무껍질은 피부처럼 기억을 새깁니다. 짙은 농도의 액체는 우리 몸속 수분을 상징하며, 액체에 뿌리가 잠겼다가 빠져나오는 행위는 신체와 식물이 동일한 호흡을 나누는 장면을 만듭니다. 그것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생명력을 매개하는 물질로서 안과 밖,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매체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몸은 더 이상 고립된 주체가 아니라, 불과 숲, 그리고 수분 매체와 함께 사건 속에서 재편성되는 내-작용적 물질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간 중심적 서사를 해체하고, 인간과 자연을 같은 레벨에서 감각적으로 묶는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이 전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두지 않고, 인간을 특권적 주체로 남겨두지 않습니다. 불과 숲, 인간의 몸은 모두 능동적 행위자로서 서로를 변형시키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스스로가 변화하는 물질 중 하나임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은 곧 하나의 실천적 선언입니다. 자연을 타자화하고 소비해 온 인간의 오래된 태도에 균열을 내고, 동등한 네트워크 속에서 감각적으로 연루되는 경험을 제시하는 것. 산불을 재해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불과 숲과 인간이 서로를 재구성하는 사건으로서 마주하는 것. 그 안에서 우리는 인간 중심의 서사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생명적 리듬을 감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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