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군가의 것인 듯 움터오는 목소리.“
지난해 책방로파이에서 마주한 시인 이제니와 아티스트 아를의 공연이 머릿속을 맴돈다. 언어와 목소리로 물속인 듯, 꿈속인 듯 유영하게 만들던 두 사람. 끝을 가늠할 수 없이 멀리 나아가는 말들과 귀가 아닌 공기로 스며들어 시공의 결을 채우던 음악. 초여름의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순간을 유영하던 감각이 생생하다. 공연을 기록하는 일도 이와 비슷한걸까. 공연장 속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눈은 저마다 반짝반짝인다. 누군가 숨을 죽이거나, 연주에 집중하거나, 몸을 들썩이는 찰나. 그 순간에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이 찾아온다. 흩어지는 공연을 손끝으로 만질 수 있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