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 있지요. 연초에 AI 국민 의견서 작성에 참여했는데요. 슈퍼스톰 고아침 님, 신인아 님과 함께여서 시작할 수 있었고 끝맺을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기술 전문가도, 사회운동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시민의 자리에서 느끼는 AI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담았는데요. AI에 대해 알고 싶어 참여했는데 오히려 모른다는 사실만 분명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이 의견서가 곧 진으로 나옵니다. 3월 9일까지 후원하시면 받아 보실 수 있어요. 의견서 전문을 미리 읽은 분들이 주제의 무게와는 다르게 깔깔 웃었다, 배꼽 잡았다는 소감을 전해주시기도 하는데요. 그보다 저는 “연말연시에 약속 없는 관계파탄자들”이 모여 “뜨끈한 국밥 한 그릇” 같은 AI를 상상했다는 사실이 가장 웃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슈퍼스톰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uperstorm.cc
후쿠오카 아트 북 페어에 다녀온 뒤로 아트 북 페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 그러다 새로운 아트북페어를 발견하게 되면 꼭 그곳까지의 비행 시간을 계산해보게 된다. 비행기를 얼마나 타야 갈 수 있을까? 진짜로 갈지 안 갈지는 몰라도 일단 가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서 만들었다. 아트 북 페어 내비게이터는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40개 아트 북 페어까지의 직선 거리와 예상 비행 시간을 보여준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특히 기기의 방향 센서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기기가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단 하나의 아트 북 페어 정보를 보여준다.
진짜로 갈지 안 갈지는 몰라도 주위(?)에 이렇게나 많은 아트 북 페어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또 기분이 좋아진다. (프로필 링크로 접속하는 경우 꼭 외부 브라우저에서 열어주세요.)
jieunhwang.com/theartbookfairnavig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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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는 무엇보다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연인이나 짝사랑의 대상, 조력자 아니면 피해자이기만 하지 않고, 과학자부터 연구자, 활동가, 비밀 조직 요원, 인공지능, 게임 속 캐릭터, 조사관, 국제기구 리더까지 다양한 역할로 그려진다.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가진 권한도 크다. 때때로 감정에 휘둘리거나 소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전문성과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죄책감과 책임감에 휩싸이며, 긴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다.
덕분에 여성과 여성이 만나는 장면도 빈번하다. 지지와 협력, 의심과 경계, 배신과 협박 등 다양한 서사를 함께 쌓아 올린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 그런 여자들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여성이 어떤 자리에 있을 수 있고,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 떠올리고, 이미 현실에도 무수히 존재할 그런 여자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LA 아트북페어 2025에 간다면
If You’re Going to the LA Art Book Fair 2025
올해 LA 아트북페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Center College of Design)의 사우스 캠퍼스에서 열린다.
메인 캠퍼스인 힐사이드 캠퍼스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사우스 캠퍼스가 있는데, 레이먼드 애비뉴를 따라 낮고 길게 뻗은 직사각형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넓은 잔디밭과 중앙광장이 있는 전형적인 캠퍼스 풍경과는 조금 달라 자세히 알아보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관련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한다.
건물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경계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참을 더 들여다 보았다. 미국에서는 현지에 사는 사람들조차 이웃집과의 경계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고 한다. 옆집 사람이 어디까지 잔디를 깎았는지를 보고 대략 파악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LA 아트북페어는 작년까지 주로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에서 열렸으나, 올해 처음으로 장소를 바꿨다. 예술대학이 가진 다양한 전시 공간과 아카이브, 레터프레스 및 타이포그래피 스튜디오 등을 활용해 참여자 및 방문자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우스 캠퍼스에서는 크게 두 개의 건물을 사용한다. 950번지 건물의 1층과 2층, 870번지 건물의 1층과 2층이 주요 전시 공간이다. 미국 외 26개국에서 온 324개의 전시업체가 참여하는 만큼 규모가 크다.
If LAABF2025는 주요 전시 공간의 약도와 참여 전시업체 목록,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 링크를 제공한다.
jieunhwang.com/laartbookfai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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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키오 아트 북 페어 2025에 간다면
If You’re Going to the Tokio Art Book Fair 2025
토키오 아트 북 페어는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다. 도쿄 아트 북 페어 팀이 새롭게 기획한 것으로, 기존의 대규모 행사와는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 팀의 호스트가 두 팀의 게스트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재미있는 점은, 초청받은 두 팀의 게스트 중 한 팀은 도쿄 아트 북 페어에 참여한 적이 없는 신생 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팀을 발굴하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주최측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토키오”라는 지명 또한, “도쿄”의 옛 로마자 표기 방식 중 하나로, 참여자들로 하여금, 도쿄를 완전히 잊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끔 한다.
“토키오 아트 북 페어 2025에 간다면” 웹사이트 상단의 카테고리는 실용적으로 기능하는 한편, 이 씬에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팀이 활동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jieunhwang.com/tokioartbookfai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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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아트 북 페어 2025에 간다면
If You’re Going to the Fukuoka Art Book Fair 2025
jieunhwang.com/fukuokaartbookfai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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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을 가꾸는 사이, 솜씨가 자란다. 양정욱 작가의 작품을 보며 가장 진하게 가슴에 새겨진 말이다. 그가 올해의 작가상을 받지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그의 작업은 단지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정성스럽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날로그적인 태도로 시간을 쓴다. 정성을 들여 재료를 고르고, 손으로 깎고 엮으며, 천천히 작품을 완성해 간다. 작품을 이루는 목재부터 비닐 봉지, 실, 전구까지 크기와 용도가 제각각인 재료들은 그가 얼마나 섬세하게, 또는 거칠게, 이렇듯 다양한 밀도로 손을 움직였는지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인물, 사건, 순간들이 작업의 씨앗이 된다. 반복되는 일상의 몸짓들, 그 속에 깃든 의미를 끄집어내어 구조물로 만든다. 그러한 구조물은 단단한 울림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소박한 순간을 향하고 있다. 이 대비는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준다.
작업이 지나 도달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애정 어린 시선이 머물고, 그 안에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스며 있다. “기술은 정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가 다루는 기술은 기계적 숙련을 넘어서, 애정을 담은 손끝의 반복에서 탄생한 것이니까.
전시장을 나서면, 나도 모르게 내 일상의 작은 몸짓들에 더 정성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꾸는 시간 속에서, 우리 모두 조금씩 솜씨가 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쌓아온 솜씨처럼, 누군가의 기술에서도 무언가를 향한 그의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시공간을 만든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무언가를 배치하는 일을 넘어, 감각과 인식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어떤 태도, 어떤 맥락, 어떤 질문을 품은 하나의 장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는, SNS나 웹사이트로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힘을 가진다.
‘시대정신’ 프로젝트는 전시가 지닌 이 힘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1960년 4.19 민주화 운동부터 2024년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65년 간 발표된 220여 건의 시국선언을 아카이브하고, 시각화한 작업이다.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던 ‘일상의 실천’이 기획하고,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전시 공간 안에서 시대마다 다른 목소리, 다른 맥락의 언어들이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통해 다시 호흡하고 새롭게 조우한다. 지식인이나 대학생뿐 아니라, 해병대, 시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시국 선언문까지, 그 선언의 결은 다르지만, 사회를 향한 응시와 발화라는 점에서 하나의 맥락으로 엮인다. 이것은 단순한 자료의 진열이 아니라, 다시금 말하게 하는 장치다.
출판사, 갤러리, 인쇄소 등 여러 전문가가 힘을 더해 만들어진 이 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국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대를 관통한 목소리들이 단순히 감상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을 흔들고 생각을 머무르게 하는 자리로 기능한다.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에서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서는 나쁠 수가 있다. 사랑이란 일부분을 빚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