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나이를 먹고 나서야 제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결국 낭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철없이 살겠다는 것도, 세상물정을 못 본 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쉼 없이 달려가더라도 노을 져 가는 하늘을 보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낭만이오, 뒤따라 오는 이를 위해 문을 잡고 잠시 기다려 줄 수 있는 그런 낭만이오, 남의 슬픔엔 함께 아파하고 기쁨엔 함께 축하해 줄 수 있는 그런 낭만이오, 나에겐 살아가면서 그런 낭만이 꼭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여울이를 만났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에 난 너랑 결혼할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말했습니다. 낭만 있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정답보다 취향을 찾으며 함께 살기로 합니다. 그렇게 정말 제가 결혼을 합니다. 마음을 담아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아 부지런히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제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서투르다 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꼭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짧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또한 마음 나누어 주시고 축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 준비 잘 하겠습니다. 미워하는 마음보다 사랑하고 베푸는 마음을 갖고 살겠습니다. 그리고 낭만을 잃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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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n’t until I had grown a little older that I could finally say I understand myself, even just a bit. I came to realize that, in the end, what matters most to me is romance not the kind that ignores reality or lives in fantasy, but the kind that lets you pause to watch the sunset even while running forward, the kind that holds the door a little longer for someone behind you, the kind that feels another’s sorrow and celebrates another’s joy. I learned that I need that kind of romance in my life. And then I met Yeowool. Without hesitation, I told her, “I’m going to marry you, so just know that.” I said I wanted to live romantically. We decided to build a life together not by chasing the “right” answers, but by finding what feels true to us. And so, I am getting married. There are many people I wish I could meet in person to share this news with, and I’m doing my best to reach out. Since I never imagined myself getting married, and I’m still a bit clumsy at these things, there may be some I haven’t properly contacted. If so, please let me know. Thanks to the help and support of so many, we’ve been able to prepare in a short amount of time. I’m deeply grateful to everyone who has shared their heart and congratulations with us. We’ll continue preparing well for the wedding. I will try to live with more love and generosity than resentment. I will not lose my sense of romance. And we will live well. Thank you again to everyone who has celebrated us.
일상 속에서 찾은 것들을 꾸밈없이 그대로 본다. 무엇을 위한 것도, 의도도, 목표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한다. 그 안에서 이어지기도, 닿기도, 때로는 멀어지기도 한다. 무엇이든 마음을 담아 진심을 다한다. 좋은 것은 그대로 좋아하고, 고마운 것은 마음을 표현한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함께 보내는 시간들 속에서 살며, 흘러들어온 것들을 온전히 내 마음에 던진다.
조금은 적응을 했을까. 아침엔 길거리에 차려진 가판대에서 음식을 사서 출근했다. 말레이시아 음식은 여전히 생소했지만,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에 금세 매료되곤 했다. 캠퍼스 안에 큰 마트가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과일들을 하나둘 맛볼 수 있었다. 여전히 배울 것은 많았다. 오랜만에 하는 센서리 탐험은 자연스레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구아바와 핑크구아바의 맛 차이처럼 센서리적으로 애매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조금 더 명확해졌고, 내가 무엇을 헷갈려 하고 있었는지도 짚어볼 수 있었다. 배움에는 끝이없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호텔을 시내로 옮겼다. 덕분에 마지막 밤에는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근처 펍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는데, 저스틴과 제이미가 합류했다. 오랜만에 셋이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싱가포르보다 말레이시아를 먼저 오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니, 친구들은 웃으며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 말 덕분에 한참을 기분 좋게 웃었다. (Everyone should believe in something. I believe I’ll have another beer.ㅋㅋㅋㅋ) 고민들과 생각들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호텔까지 데려다준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이 친구들을 만난 것이 나는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며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돌아가는 날, 아침 일찍 KLCC를 달렸다.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가 정말 아름다웠다. 하루만 달린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간단히 오전 시간을 보내고 호텔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나오니, 엘리아스와 벨라가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있었다. 공항에 가기 전까지 두 사람은 우리를 위해 쿠알라룸푸르의 카페들과 관광지들을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덕분에 쉽게 가보기 어려운 숨겨진 카페들, 로스팅 랩,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여러 스페셜티 커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비비엔의 카페도 둘러볼 수 있었다. 6년 넘게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다시 이어진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엘리아스와 벨라 덕분에 말레이시아에 머무는 내내 많이 웃었고,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끝까지 손을 흔드는 친구들에게 장난스럽게 “go home”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알겠다며 웃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공항 라운지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말레이시아에서 받았던 친구들의 환대와 마음들을 곰곰이 떠올렸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사람과 사람이 그저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동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계속 커피를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소개하고 싶다. 말레이시아에서 받은 환대와 배려를 마음 깊이 간직하며.
모두들 정말 고맙습니다.
2026년 4월, 쿠알라룸푸르에서
6시간 반을 날아 도착한 쿠알라룸푸르는 밤이 되어 있었다. 엘리아스에게 착륙하면 연락하라는 알림이 울렸다. 이제 막 내려서 입국심사를 받고 있다고 하니 말레이시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답을 보내왔다. 그 사이 여러 외국어들이 수없이 많이 들려왔다. 엘리아스와 벨라가 한국에 왔을 때, 꼭 말레이시아에 가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내가 말레이시아에 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수하물은 한참 뒤에나 나왔다. 짐을 찾고 게이트로 나오는데, 엘리아스가 반가운 미소와 함께 양팔을 벌리고 떡하니 서 있었다. 깜짝 놀란 나를 보며 반갑게 호탕히 웃더니 숙소까지 태워주겠다며 특유의 넉살로 인사를 나누었다. 차에 타고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라리 행사장에 바로 짐을 놓고 오는 게 좋지 않겠냐며, 행사장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여행이 아니라 출장으로 오느라 아무것도 알아보고 오지 않은 나는 그저 더 좋은 방향으로 부탁한다며, 따랐다. 공항을 나와 팜트리 숲들을 지나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사이로 높은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리아스가 잠깐 구경을 시켜준 덕에 첫날 조금이나마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 짐을 풀고 나서도 밥을 먹었냐며 우리에게 간단한 음식들과 마실 거리들을 챙겨주며, 호텔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다. 엘리아스가 아니었다면 밤새 고생했을 일들을 금방 끝내고 무사히 잠들 수 있었다. 이튿날은 행사 첫날이라 조금 이르게 호텔을 나와 걸었다.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동이 트고 보니 정말 조용한 마을 같았다. 이국적인 분위기들이 그리고 나무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생경한 풍경들이 눈길을 끌었다. 행사를 마치고는 잠시 숨을 돌리러 행사장 위층 발코니에 올라갔다. 국제학교였던 곳을 레노베이션한 공간이라고 하더니 곳곳의 풍경들에 그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엔 저스틴과 제이미를 만나 식사를 했다. 덕분에 시내에 잠깐이나마 나가볼 수 있었다. 행사 2일 차는 더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산책을 하며 출근을 하던 도중, 운 좋게 현지 분들이 모여 계시는 곳을 발견했다. 뭔지 몰라 긴장하며 다가가 보니 그곳엔 다양한 음식들이 여러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하나씩 고르면 봉지 안에 담아 주셨다. 투명 용기에 담겨 있었지만 생소한 음식들에 조금 더 긴장이 되었다. 앞 사람이 고르는 것을 따라서 몇 가지를 담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미소 지어 주셨고 옆에 아저씨께서는 잘 골랐다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셨다. 속으로 용기 내길 잘했다며 기분이 좋아졌다. 전날 찾아둔 캠퍼스 발코니를 찾았다. 아침에 바라본 캠퍼스의 모습은 더욱 학교와 닮아 있었다. 벤치에 앉아 말레이시아 음식들을 꺼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매웠고 그래서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앞으로 아침은 저곳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말레이시아 친구들에게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 보여주니 제대로 찾았다며 칭찬받음) 덥고 습할까 봐 걱정했던 내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 사라지고 말레이시아의 풍경들에 푹 빠져가고 있었다.
올 봄은 무던히도 무얼 하려고 애쓰지 않았더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말레이시아에 가기 전, 와이프와 무얼할까 이야기하다 가볍게 커피와 밥을 먹고 산책하기로 했다. 그곳에 마침 벚나무가 있었고, 진달래가 피었고, 온실에 은목서도 은은히 볕을 쬐고 있었다. 출장 전, 우리답게 봄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산책이었다.
감사하게도 외국에서 커피를 내릴 기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얼마 전 다녀온 말레이시아 Good Coffee Festival입니다.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몇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personaweare 팀의 도움으로 우리가 위치한 서울을 배경으로 Brewing Ceremony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padma_jeju 에서 제주의 색을 담은 로브를 준비했습니다. 커피 카드는 영문으로 새로 제작하기보다 한글 그대로 가져갔고, 번역기를 통해 읽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영어나 현지어로 인사를 건네기보다 “안녕하세요”를, “Thank you”나 “Terima kasih”보다 “고맙습니다”를 사용했습니다. 화려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커피와 함께, 한국의 봄에 어울리는 커피들을 준비해 지금의 한국을 커피에 담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커피가 한국을 대표할 자격도 없고, 그럴 책임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출장을 준비하며,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커피를 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행사가 절반도 지나기 전에 준비한 모든 커피가 소진되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비록 커피는 없었지만 자리를 지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남아있는 커피 카드만으로도 공감해주시고 소중히 담아주셨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찾아주신 많은 분들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수줍게 “안녕하세요”라고 답해주었고, “고맙습니다”에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해주셨습니다. 한글을 잘 못한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유창하게 한국어를 건네는 분들도 많았고, 작은 태극기 표시를 보고 서울에서 왔느냐고 먼저 물어봐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때 저는 해외에서 가져온 원두를 더 신기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구입하며 우러러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분명히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님이 『나의 소원』에서 남긴 이 문장처럼, 우리가 가진 것들로 우리 자신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많은 분들께도 웃음과 행복을 전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함께한 한국 팀들 또한 각자의 커피로 국적과 언어를 넘어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기뻤습니다. 언어와 국적을 넘어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커피를 건네고, 미소를 나누는 순간들이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신 —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고 이뤄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준 @dubidubappa@sum._.minii@thusyeon 동료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가장 고생한 @leeheenew 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팀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추신 둘 — 늘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시는 @mesh_hyunsop@artisticcoffeeduo@ala__bello@yehan__bello 대표님들께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한국 팀 최고입니다.
추신 셋 — @ellyasku@nblhwhdh , 여러분이 없었다면 시작부터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의 가족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신 넷 — 바쁜 행사장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필요한 순간마다 도와주고 해결해주었던 @goodcoffeefestmy@rayfox7 ,Vivien 그리고 모든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