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첫 전시 소식 전합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이들과 함께 첫 전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고 설렙니다. 카페와 함께하는 따뜻한 공간이니 성수동 가시면 편하게 들러주세요 𓂃܀ 𖠚⁑
《 𝑩𝒍𝒖𝒓𝒔 》
빈지영 · 오경원 · 김정아 3인전
2026.01.08 - 2026.02.18
MON-FRI 10:00 - 22:00
SAT-SUN 11:00 - 22:00
오우도 갤러리 OUDO Gallery
@oudogallery
서울시 성동구 성수일로 55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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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oung Bin
@binjiyoung
Kyoungwon Oh
@yoknapatawpha0
Jung ah Kim
@kimmiejung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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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s」는 선명한 형상이나 단일한 진실 대신, 경계가 흐려지고 의미가 겹쳐지는 지점에 머무르려는 전시이다. 이때의 ‘Blur’는 단순히 초점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기를 거부하는 태도에 가깝다. 안과 밖, 나와 세계, 현실과 기억을 나누던 선들은 이 전시 안에서 또렷한 윤곽을 잃고, 여러 시간과 감정, 감각이 겹쳐지는 흐릿한 장면으로 변주된다. 「Blurs」라는 제목은, 이러한 불확실한 상태를 결핍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감각과 사유가 발생하는 밀도 높은 영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다.
빈지영의 추상 회화는 불확실한 내면의 상태에 물질적 무게를 부여하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생각과 감각을 경유해 선을 긋고, 색을 쌓고, 지우고, 다시 덮는 반복적인 행위는, 언어로 포착되기 전의 감정과 균열들을 화면 위에 “흔적”으로 남긴다. 완결된 형상이나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이미 완성된 듯 보이는 표면 위에 다시 어긋나는 제스처들이 개입되면서, 화면은 하나의 해석에 고정되기를 거부하는 상태로 머문다. 이때의 Blur는 형태가 흐려졌다는 의미를 넘어, 내면의 불안정성이 물감의 두께와 결로 치환된 자리에서 발생하는 감각에 가깝다.
오경원은 시각 그 자체의 가변성과 불완전성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신체적·감정적 상태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시야, 흔들림과 흘러내림, 형상이 생명체처럼 인지되는 찰나의 착각들은, 그리기–지우기–덮기–긁어내기의 과정을 통해 화면 위에 축적된다. 그의 회화는 특정 형상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생성과 소멸의 경계만을 남긴 채 ‘흐려지는 과정’ 자체를 시각화한다.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화면은 언제나 완전히 읽히지 않는 표면이며, 보는 이의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른 상(像)으로 재구성된다. 여기서 ‘Blur’는 확신을 보류한 시각, 끝내 명명되지 않는 감정의 잔향이 머무는 지점으로 작동한다.
김정아는 빠르게 소진되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 시선을 받지 못한 채 묵묵히 지속되어 온 존재들을 추상적 회화 언어로 호출한다. 도시의 밤, 구조물, 미약한 빛의 흔적은 화면 속에서 구체적인 풍경으로 재현되기보다, 반투명한 색층과 느리게 떠오르는 명암의 대비로 변환된다. 여러 번 쌓이고 걷어낸 색 사이로 서서히 드러나는 온도와 기색은, 특정한 장소를 가리키기보다, 오랫동안 머물러야만 감지되는 정서의 밀도를 드러낸다. 이때의 ‘Blur’는 도시의 윤곽이 희미해진 뒤에야 비로소 감지되는, 소리 없이 지속되어 온 존재들의 기색과 온도이다.
이처럼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흐려짐’을 호출한다. 내면의 불안정성이 물감의 결로 남는 화면, 끝없이 수정되고 어긋나는 시각의 상태를 드러내는 흔적의 층, 도시의 구체적 풍경이 사라진 자리에 떠오르는 정서의 온도까지, 이 전시는 ‘Blur’를 단순한 결여나 실패가 아닌, 새로운 인식이 발생하는 조건으로 삼는다. 관객은 세 작가의 추상 회화가 서로 응집되고 흩어지는 전시 공간을 이동하며, 선명함의 바깥, 경계가 풀린 상태에서만 드러나는 감각과 기억의 결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Blurs」는 결국, 회화가 더 이상 고정된 형상을 복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흐르고 겹치고 흔들리며 스스로를 다시 짜나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선명한 해석이나 단일한 진실을 제시하기보다, 어긋난 인상들과 불완전한 시각의 층을 통해, 우리가 세계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본래부터 가변적인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흐릿해진 윤곽 속에서 관객은 각자의 속도로 잠시 머무르며, 희미한 경계선을 따라 자신만의 장면을 다시 그려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