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안내]
📽️ : [침묵을 찢는 발화]
- 농민의 목소리(1975) 1h 38m
- 제르다 혹은 망각의 노래(1982) 57m
🗓️ : 4/17 18:30-21:23
🏫 : 숭실대학교 미래관 304호
*상영 후, 추첨을 통해 한 분께 아시아 제바르의 소설 『프랑스어의 실종』을 증정해 드립니다.
*반드시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유롭게 입퇴장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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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식민주의는 물리적인 영토를 점령하는 것을 넘어, 지배당하는 자들의 언어와 기억을 탈취함으로써 완성된다. 제국주의가 구축한 거대한 시스템과 그들이 기록한 공식적인 역사 속에서, 아프리카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목소리는 철저히 소외되거나 타자의 시선에 의해 대상화되었다. 영화 카메라 역시 오래도록 서구 인류학자들의 전유물로서 아프리카를 이국적인 스펙터클로 포착하는 도구로 기능했다. 이러한 시각적·언어적 종속의 역사 속에서, 피지배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할 때, 그 ’발화‘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그 자체로 강력한 정치적 저항이 된다.
이번 상영회는 거대한 침묵의 구조에 균열을 내며 카메라와 마이크를 스스로 탈환한 두 아프리카 여성 감독의 작업을 조명한다. 사피 파예는 탈식민 이후에도 여전히 신식민주의적 경제 구조에 짓눌린 세네갈 농민들의 구체적인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투덜거림과 생생한 대화를 통해 현재 진행형의 고통을 고발하는 ‘증언의 말’을 기록한다. 한편, 알제리의 아시아 제바르는 과거 프랑스 식민 지배자들이 촬영한 아카이브 영상이라는 제국주의적 시각 매체 위에, 알제리 여성들의 파편화된 노래와 시를 덧입혀 이미지를 전복하는 ‘망각의 노래’를 부른다.
현대의 척박한 땅 위에서 띄우는 편지와 과거의 오만한 기록물 위로 쏟아지는 제의적인 음성은 저마다의 형식을 취하지만, 결국 빼앗긴 자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영화적 공간 안으로 기입하려는 치열한 시도들이다.
<농민의 목소리> Kaddu Beykat 사피 파예, 1975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여성 감독이 연출한 최초의 장편 상업 영화. 프랑스 유학 중 장 루슈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던 사피 파예는 서구 인류학자의 시선을 거부하고, 자신의 고향인 세네갈의 파잘(Fad'jal) 마을로 돌아와 카메라를 들었다. 영화는 가뭄과 정부의 땅콩 단일 경작 정책으로 인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담아낸다. 제목의 ‘Kaddu’는 월로프어로 ‘말’ 혹은 ‘목소리’를 뜻하며, 마을 나무 아래 모여 부조리한 현실을 토론하는 농민들의 생생한 발화가 영화의 핵심적인 동력이 된다.
<제르다 혹은 망각의 노래> La Zerda ou les chants de l’oubli 아시아 제바르, 1982
알제리 출신의 위대한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아시아 제바르가 말렉 알룰라와 공동 작업한 파운드 푸티지 다큐멘터리. 1912년부터 1942년 사이, 프랑스 식민 당국이 마그레브(북아프리카) 지역을 촬영한 선전용 뉴스릴 영상을 해체 및 재구성하였다. 제바르는 식민주의자들의 시선으로 박제된 시각 이미지 위에, 익명의 아랍 여성들이 부르는 전통 노래, 한 맺힌 시, 애도의 목소리 등 다층적인 청각의 층위를 덮어씌운다.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원주민들을 대상화했던 축제(제르다)의 기록은 망각의 장막을 찢고 나오는 저항과 애도의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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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상준
기획 |
@_justscre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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