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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 2024 PAPER 리뉴얼 특별호가 발행되었습니다. 하늘로 웅비하는 청룡의 해 2024년 1월의 막바지에 다양한 변화를 담아낸 PAPER 리뉴얼 특별호가 드디어 발행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새로워졌고, 특집 + 환경 + 연재로 섹션 또한 명확하게 구분되어 독자 여러분이 읽고 싶은 영역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편 PAPER에서는 이제 생존 문제가 된 환경 문제를 웹3.0 액션 환경 커뮤니티 FREAKY FOX CREW와 어깨동무하며 앞으로 다각도로 심도 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프로필 링크에 FREAKY FOX CREW 사이트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PAPER 리뉴얼 특별호의 주제는 <나의 오롯한 리듬>입니다. 떡잎의 작은 떨림, 생명들의 다채로운 움직임, 하늘과 바람의 춤 등, 자연이 품은 것에는 저마다의 리듬이 있습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한 계절 혹은 한 달, 하루, 매시간 감정의 흐름에 따라 진동하고 흔들리는 우리를 보며 문득 궁금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가진 고유한 리듬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우리는 자신만의 리듬을 연주하는 창작자와 이야기꾼의 고유한 사연에 집중했습니다. 춤과 연주, 창작과 영감, 서툴지만 가슴 뛰는 열망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을 <나의 오롯한 리듬>이라는 주제로 엮었습니다. <나의 오롯한 리듬>의 첫 장을 여는 사람은 한국 문학계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이훤, 이슬아 부부와 변호사, 작가, 연극배우, 무용수로 활약하며 장애인으로서 본인만의 뚜렷한 리듬을 만들고 있는 김원영 님으로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리듬을 다루는데 편집부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는 없겠죠! PAPER의 에디터들이 직접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 핸드팬과 발레를 체험해 보고 리얼 체험기를 남겼습니다. 리듬하면 또 음악이 빠질 수 없습니다. 18년 동안 한국 락 페스티벌의 중심을 지킨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2023>과 ‘쌈’이라는 이름으로 13년 만에 부활한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생생한 현장을 기록했습니다. 호원숙, 손정승, 김성은, 박초롱, 이인숙 등, 특별히 선정한 다섯 명의 필진은 리듬에 관한 특별한 감성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PAPER 리뉴얼 특별호의 표지와 ‘아트 갤러리’ 코너를 빛내준 작가는 이훤 작가입니다.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이훤 작가는 <나의 오롯한 리듬>이라는 주제에 ‘이동’이라는 키워드로 응답했습니다. 늘 멀리 있는 장면과 장면을 잇고 싶어하는 이훤 작가가 개인들을 비행기로 은유해서 ‘비행기 속 크고 작은 비행’을 빛나는 사진들로 피력합니다. 이번 PAPER 리뉴얼 특별호에는 그간 간헐적으로 소개했던 환경 기사를 좀 더 본격적으로 소개할 에코 섹션이 신설되었습니다. PAPER는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 이야기를 PAPER에 지속적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이번 에코 섹션에서는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숍 더피커의 송경호 대표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그를 만나 ‘소비문화 회복’이 왜 절실히 필요한가에 대해 물었고요, 제로웨이스트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카페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 님은 유럽에서 만난 친환경 혁신 공간들을 소개했습니다. 환경과 연관된 무생물의 존재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최정화 작가의 생태미술프로젝트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취재를 위해 편집부에선 광주 시립미술관까지 다녀왔습니다. 연재 코너에서는 특별한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 시마네현의 초대를 받아 자연요리연구가 문성희님, 뮤지션 요조님, PAPER 편집부 일행이 시마네현의 특별한 마을들을 방문했는데, 그 첫 탄으로 자연을 닮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군겐도’로 유명한 오모리마을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목수 전진우 님은 핀란드에서의 걷기와 생각, 수영의 고요한 사흘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줬고요, 필사의 시간 코너에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괴산 숲속의 책방 대표 백창화, 뮤지션 최고은, PAPER 편집장 정유희 등 네 필진이 보내온 근사한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생각의 여지를 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긴 PAPER, 두 계절을 거쳐 편집부의 열정이 녹아든 PAPER 리뉴얼 특별호, 여러분~ 꼭 끌어안아 주세요. ● PAPER 구매 방법 온라인 서점 통합 검색창에서 #페이퍼 혹은 #계간페이퍼 를 검색해 주세요. 온라인 서점 구매 링크는 프로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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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 이번 PAPER 리뉴얼 특별호의 아트갤러리는 이훤 작가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훤 작가님은 그만의 고유한 언어와 이미지로 이야기를 직조하는 시인 겸 사진가입니다. 늘 멀리 있는 장면과 장면을 잇고 싶다는 작가님께 ‘나의 오롯한 리듬’을 주제로 사진을 부탁드렸는데요, PAPER 편집부의 난해한(?) 부탁에도, 작가님께서는 ‘이동’이라는 키워드로 포착해낸 탁월한 사진들로 화답했습니다. 그럼, PAPER 아트갤러리와 함께 이훤 작가님의 사진에 스며든 오롯한 리듬을 느껴보아요. • 시인이 아닌 사진작가로서 이훤은 어떤 사람인가요? 늘 멀리 있는 장면과 장면을 잇고 싶어요. 한 번에 이해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다른 데로 진입해 복잡해지는 언어를 사진으로 만들고 싶어요. 찬찬히 머물 때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고요. 그런 점에서 사진과 시는 닮은 점이 있어요. • ‘나의 고유의 리듬’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골라 달라고 했는데 ‘이동’이라는 키워드로 사진을 골랐어요. 이유가 있다면? 얼만큼 빠르게 움직이고 멈출지, 얼만큼 말하거나 말하지 않을지, 그런 것 모두 리듬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리에 따라 리듬이 변하고 우릴 둘러싼 대상에 따라 변하잖아요. 해서, 이동을 빼 놓고 리듬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륙 간 이동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동, 하나의 개인, 몸, 동물로서의 이동 모두 이동이라는 움직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요. • 사진은 단면의 예술이지만, 낱장의 사진들이 한 컬렉션으로 모였을 때 서사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작가님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나요? 정말로요. 시리즈 단위의 작업이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사진들도 문장처럼 연쇄하면서 앞뒤로 틈을 만들어요. 가끔 무서워하시지만 오히려 독자들이 자유로워지는 구간이죠. <비행기 속 크고 작은 비행기들>은 제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단절감이라는 화두에서 눈을 떼고 이동에 주목하는 시리즈예요. 하나의 정확한 서사보다 비행하듯 만나는 풍경들이 상호 작용하며 만드는 보폭을 느껴 주시길 바랐고요. 사진과 사진 사이를 여러 번 펼쳐 보시길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생활이라는 매일 반복되는 비행 중 거리에서 맞닥뜨리고 사무실에서 일상에서 집에서 목격하는 여러 풍광을 비행기라 은유하며 담았어요. • 지면에 앉혀지는 사진의 사이즈와 배치에도 작가님은 섬세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어요. 이유가 있겠죠? 이 질문이 참 좋아요. 음악에서 높낮이뿐 아니라 소리의 볼륨, 숨, 여백의 길이가 리듬에 기여하듯 모든 공간에는 시각적 리듬이 있어요. 사진이 배치되는 지면에서는 특히 그런데요.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진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사진 속 피사체들의 목소리 볼륨이 달라지고요. 시선의 순서가 달라져요. 큰 사진 앞에서는 외려 디테일이 아니라 전체 풍광이, 아주 작은 사진 앞에서는 한 구석에 시선이 머무르는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네거티브 스페이스라고 부르는 채우지 않은 공간까지가 사진의 일부라 여겨 주시면 좋겠어요. • 작가님의 시는 시로서 독립적인 언어의 미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은 시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이미지라는 매개가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이기도 할 거고요. 사진은 멈춰 있는 장면의 단면들인데 그것을 시각적으로 전부 이어놓았을 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저의 경우 사진들의 거리가 먼 편이 더 좋아서 그렇게 작업해요. • 끝으로 지금 작가님은 어떤 리듬 속에 살고 있나요? 내 삶의 고유의 리듬을 문장으로 표현해 주세요. ‘계속 움직이는 몸과 마음의 반경 살피기 그리고 그것을 잘 지키며 가능한 만큼은 조화하는 타인’ 되기입니다. #페이퍼 #PAPER #페이퍼리뉴얼특별호 #이훤 #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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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天前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초록빛 새싹이 머리를 꿈틀 내밀고, 해는 점점 길어져 눈부신 따스함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 모든 게 봄이 선사하는 근사한 리듬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PAPER 리뉴얼 특별호 주제 역시 <나의 오롯한 리듬>입니다. PAPER 리뉴얼 특별호에는 생동감 넘치는 봄의 리듬과 어울리는 다채로운 글이 한가득 실려있어요. 특히 이번 PAPER에는 환경 섹션이 신설되었는데요.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은 호흡으로 천착하는 글을 꾹꾹 담아냈습니다. 이외에도 연재 섹션에서는 오롯이 걷고 생각하며 수영했던 목수 전진우의 핀란드 여행기와 영민님의 오로라 감성 북극권 여행기, 옛것을 살려 새로움을 더하는 브랜드 일본 군겐도 취재기 등, 다음 호에서도 쭉 이어질 선명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장씩 넘어가는 PAPER 속에서 당신만의 리듬을 오롯이 찾아줄 이야기와 꼭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 #페이퍼 #PAPER #페이퍼리뉴얼특별호 #나의오롯한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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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天前
황의정의 제주 일기 켜켜이 쌓인 우리의 시간 개는 여름이 정점에서 한 계단 내려온다 싶던 즈음 닷새 정도를 고생하다가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제 스스로 풀쩍 건널 수 없어서 이제는 정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고, 우리의 시간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나는 개에게 잘 설명해 주어야 했다. 내 설명이 충분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더 먹고 싶고 조금 더 걷고 싶어 하는 개를 달래 무지개다리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 친구들, 가족들, 오랫동안 다니던 동물병원의 식구들까지 모두 나와 손을 흔들어 주었고 떠나는 날 아침엔 늘 하듯 제 발로 마당도 한 바퀴 둘러보았기에 가는 길도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이 따뜻했지만 나는 그 시간을 지나는 내내 많이 아팠다. 영원한 작별의 시간은 고통 없이는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 누구네 집에서 키우던 아무개가 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을 담아 위로의 문장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내가 겪고 보니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몇 마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짙은 아픔이 있었다. 벌써 두 달이 가깝도록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픔은 해가 지고 사방이 고요해 텅 비워지면 슬금슬금 나를 찾아온다. ‘슬픔은 감각의 언어. 저기 의자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슬픔에 대해 말할 순 없어.’ 아주 오래전 책에서 읽었던 그 말을 나는 15년 동안 함께 한 늙은 개를 떠나보낸 지금에서야 사무치도록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둠 속 해무에 휩싸인 채로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방파제 끝에 서 있는 것 같던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바로 코앞까지 덮고 있던 안개구름이 천천히 걷히고 나는 4년 만에 남편의 인도 출장길을 동행했다. 인도는 우리가 운영하는 파앤이스트의 일로 꽤 오래전부터 오가던 곳이었지만 늘 거래처와 공장이 있는 도시들 위주로만 다녀서 막상 그 나라의 면면을 잘 알지는 못했다. 매번 인도를 다녀올 때마다 그저 다른 행성의 문을 빼꼼 열고 잠시 들여다보고 온 느낌이지만 거긴 얼마나 많은 개가 사람들과 살아가는 땅이었던가. 나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개가 마지막까지 가지고 놀던 애착 인형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그곳의 개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곳의 자유로운 개들을 보며 좋아하다가, 혼돈 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여전한 날들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에 감탄하다가, 의외의 순간에 떠난 개가 그리워 혼자 눈물을 찔끔 대기도 하며 그렇게 열심히 출장 일정을 마치고 2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개와 함께했던 무수한 시간이 집 안팎에 고스란히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잔디의 잡초를 정리하면 호밋자루를 물어와 곁에 드러눕던 개의 마당. 낡고 오래된 소파, 산책하러 걸어나가던 집 앞 긴 올레길. 함께 걷던 동네의 모퉁이마다 아직 여전히 모든 기억이 너무나 생생히 그곳에 그대로 있다. 겹겹이 쌓여 있는 시간들. 여전히 아름다운 순간들. 잠시 멀어졌다 다시 만나니 무뎌졌던 모든 것들이 다시 새롭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 마당을 내다보며 나는 여름 내내 고생했던 개가 포슬포슬한 가을바람에 산책 한 번 하지 못하고 떠난 것을 다시 비통해한다. 하지만 개는 한집에서 평생을 우리와 함께 살았고 제주에 와서 바다와 숲을 누비며 원 없이 수영하고 산책하며 천국 같은 한때를 보냈다. 사람 나이로 100살을 훨씬 넘게 살았으니 대놓고 울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어 대다가 나는 또 운다. 그런 속절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가을이 가고 겨울 지나 매서운 바람 끝에 또 봄이 묻어올 텐데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개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겠지. 나는 이제 큰 사랑을 주었던 큰 개가 없는 시간을 살아야 한다. 남은 개들이 있어 여전히 열심히 산책하겠지만 큰 개가 없는 나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PAPER 2024 리뉴얼 특별호 글과 그림 황의정 #PAPER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황의정 #황의정의제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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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天前
쌈빡하게 싸랑하는 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니 진짜 전설의 ‘쌈싸페’가 맞는 모양이다. 아티스트들이 있고, 쌈싸페를 주최했던 ‘쌈지’의 천호균 대표 얼굴이 있다. 그런데 출연진이 심상치 않다. 어어부라니요, 구남이라니요, ‘두근두근’ 놀러 온 고수라니요. 정확히 10년 전인 2013년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컨셉으로 남양주에서 쌈싸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와 나는 라인업이고 뭐고 볼 것 없이 가기로 했었다. 쌈싸페는 ‘지금까지 그래와꼬 아페로도’ 그냥 가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한참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어어부 프로젝트’, ‘야마가타 트윅스터’, ‘언니네 이발관’, 이런 뮤지션을 좋아했다. 그때 만든 취향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 통로를 지나니 메인 스테이지가 보인다. 드럼 뒤쪽으로 아무것도 꾸며 놓지 않아 온통 하늘이다. 보통 무대는 스테이지를 구별하기 위해, 또는 LED의 연출을 위해 막혀 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뚫려 있다. 항상 예상을 배반하는 하늘과 땅에서 공연하는 것만큼 멋진 것은 없다.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거기엔 예전 쌈싸페에서 봤던 것 같은 유기농, 바른 먹거리 등을 내건 부스들이 있다. 디제이가 신나는 음악을 틀고 그 앞에서 흥이 오른 사람들이 마구 춤춘다. ‘질서? 함부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아아, 그런 거 우리 알아서 잘 지키고 잘 노니까 걱정 마시고 맥주나 먹고 춤추고 놉시다’라는 마인드, 쌈싸페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당연히 맥주를 파는 곳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 계단을 오르며 봤던 커다랗고 흰 공이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 <도시생활>, <사과>, <장단> 줄줄이 쏟아지는 흥에 취해 관객들은 모두 춤춘다. 흰 공이 관객인지 관객이 비인지. 비는 조금씩 그치지만 이미 신나 버린 관객은 그칠 줄 모른다. 나도 친구도 여기 모인 모두도 이렇게 어디선가 그칠 줄 모르는 마음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그치지 않고 여기 다시 모였나 보다. PAPER 2024년 리뉴얼 특별호 글 이재영 + '쌈'을 삐딱하게 놓으면 꿈이 된다! 내가 살면서 경험한 음악 축제 중에 최고의 축제는 바로 쌈사페(쌈지 사운드 페스티벌)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쌈사페는 더없이 훌륭하고 더없이 알차며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많이 감행했던 최고의 락페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이 쌈사페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장렬히 펼쳐졌는데, 내 생각엔 쌈사페가 향후 펼쳐진 모든 음악 축제에 영향을 끼쳤다. 아마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쌈사페를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자라난 청춘들이 문화, 예술, 특히 음악계 전반에 포진하여 이후 만들어진 음악 페스티벌과 숱한 문화 행사 등은 쌈사페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았고, 쌈사페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쌈사페는 쌈지의 문화 환원 사업의 일환으로서, 문화와 예술을 손익 따지지 않고 격하게 또한 기탄없이 사랑하고 후원한 쌈지 천호균 대표의 애정과 헌신으로 14년간 지속될 수 있었다.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당시 가장 핫한 뮤지션, 가장 가능성 넘치는 신인, 가장 멋진 무대로 이루어진 쌈사페의 티켓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그 시절 가장 음악이 고팠던, 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울 수밖에 없었던 고등학생과 20대 청춘들이 쌈사페에서만큼은 몸과 영혼의 세포를 활짝 열고 뜨겁고도 열정적으로 음악에 뒹굴 수 있었다는 것을! 이렇듯 우리 기억 속에 고맙고도 훌륭한 축제로 남아 있는 쌈사페가 ‘쌈(SSAM)’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천호균 대표는 “쌈지라는 브랜드가 쌈지 농부로 변화했어도 쌈지가 품었던 문화 정신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고, 특히 쌈사페를 늘 그리워하며 다시 꼭 이어지기를 염원했다”고 하는데, 지난가을 그 염원과 소망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도 너무나도 감격스럽다!!! (···) 쌈에는 젊은 청춘만 있는 게 아니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는 쌈사페족들이 ‘음악 없으면 삶도 없다’는 걸 맘껏 증명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대에 꽉 차지는 않았지만, 음악과 쌈을 향한 열정의 강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적셨다. 이것만으로도 쌈사페의 부활은 성공이다. 우리는 내년의 쌈을 설레며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PAPER 2024년 리뉴얼 특별호 글 정유희 #페이퍼 #PAPER #페이퍼리뉴얼특별호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쌈사페 #쌈싸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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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天前
● 지속 가능한 일상을 꿈꾸는 제로 웨이스트 카페 겸 플랫폼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가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에 선정되어 사회혁신 해외연수에 다녀왔습니다. 정다운 대표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까지 친환경 도시재생과 사회혁신 사례를 두루두루 마주하고 왔는데요, 누구보다 환경에 진심인 PAPER 독자들에게 초록빛 인사이트를 더해줄 특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기를 소개합니다. * 유럽 제로 웨이스트 여행기 유럽에서 만난 친환경 혁신 암스테르담 남쪽, 80년 동안 운영되던 조선소가 문을 닫은 뒤 그 땅은 10년 넘게 방치되었다. 암스테르담시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지역을 정화하고(땅을 파지 않을 것), 창조적 작업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걸고 해당 땅을 10년 동안 무상 임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페이스&매터스(Space&Matter)를 비롯한 일군의 건축가 그룹이 버려진 배를 개조해 사무실로 만들겠다는 안이 선정되면서, 이곳에 지속 가능하고 창조적인 사무실 공간과 카페가 만들어졌다. 사회 혁신 공동체 ‘드 꺼블(De Ceuvel)’은 그렇게 탄생했다. 땅을 파지 않고 만든 퇴비 화장실, 특수한 식물 조합으로 만들어진 토양 필터 시스템, 하우스 보트마다 설치된 태양광 에너지, 화장실의 오수를 정화하여 옥상 온실에서 식물을 키우고 이 식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카페까지! 오기 전 웹사이트에서 접할 때부터 이상적이라 놀랐는데, 드 꺼블에 직접 방문하여 공간 곳곳을 둘러보니 진심과 노력이 느껴져 보는 내내 두근거렸다. (···) 무엇보다 블루시티에서 인상적이었던 곳은 지하에 위치한 블루시티 랩(BluCity Lab)이었다. 블루시티 랩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1층 사무실보다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여러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균류와 해조류를 이용해 만든 내장재, 버려지는 과일 껍질로 만든 가죽, 그 가죽으로 만든 운동화 등 다양한 자원 순환과 재료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양조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빗물과 낭비되는 과일을 재료로 맥주를 만드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여기서 맥주를 만들고 나오는 부산물은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비누로 만들고 있었다. 지역 안에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협업으로 그 부산물마저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내는 등, 상상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니···. 너무 이상적이라 맥주 마시는 내내 속에선 부러움의 탄성이 나왔다. (···) 파리에서 방문한 ‘앙비연맹(Envie Le labo)’의 첫인상은 ‘고장 난 가전제품을 수리해서 판매하는 곳이구나. 매장이 멋지네’였다. 이후 회장님을 비롯해 실무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단지 제품을 재활용하는 곳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앙비연맹은 버려지는 제품을 ‘수거-수리-재판매’하는 순환 경제를 통해 직업을 만들어 낸다. 직업을 갖기 힘든 빈곤층 실직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에서 기술을 배운 사람들의 70%가 일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 우리는 고쳐서 다시 쓰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 수리하는 곳도 없을 뿐더러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빠르고 편하고, 가끔은 더 저렴하다. 우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예전에 중고 제품을 사용해 보려고 서대문 재활용센터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곳과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 제품이든 공간이든 서비스든 하고 싶게 만드는, 행동을 바꾸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 2주 동안 여러 곳을 방문하며 자주 되뇌었던 말은 ‘우리도 이렇게 제대로 하면 좋겠다’였다. 드 꺼블의 사례를 보면서도, 앙비연맹도, 베를린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다회용을 위한 패키지들을 보면서도 그저 컨셉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하는구나 싶었다. 고민도 연구도 디자인에서도 많은 인사이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간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며 여러모로 지쳐 있던 나에게 이번 여행이 다시 에너지를 채워 주었다.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자극이 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을 채우고 돌아왔다. PAPER 2024년 리뉴얼 특별호 글과 사진 정다운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PAPER #제로웨이스트 #유럽제로웨이스트 #친환경 #드꺼블 #블루시티 #앙비연맹 #오리지널언페어팍트 #보틀팩토리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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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봄을 예고하는 비가 포슬포슬 내리는 오후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중 하나인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 이런 자욱이 오는 가랑비를 몽우(濛雨)라고 하던데요, 몽우가 대기를 촉촉하게 만드는 오늘은, 따뜻한 차를 곁에 두고 PAPER 읽기에 딱 좋은 날인 것 같아요. 이번 PAPER는 리뉴얼 특별호인 만큼 디자인도 새롭고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문장도 유달리 많은데요, 그중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맛보기로 발췌했습니다. ◆ Running Story - 핀란드 여행기 <걷기와 수영, 생각의 3일> / 전진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자 아름다운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줄곧 앞서 걷곤 했다. 네팔을 여행할 때도 열흘 중 일주일이나 산행을 했는데, 대부분 혼자 앞서 걸었다. 걸음이 조금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함께 잘 있기 위한 나름의 기술 같은 것이었다. 늘 함께 있는 것, 그 소중한 행위 안에는 어쩔 수 없이 이별과 다시 만나는 과정이 사라진다. 잠깐씩 멀어지면 사소한 적적함과 사소한 기대감, 사소한 반가움이 피어나는데 나는 그걸 틈틈이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 인생 자체는 정말이지 혼자이기 때문에, 트레킹 여행 중에는 일부러라도 만남과 반복을 되풀이하고 싶은 기분이다. ◆ Running Story - 군겐도 취재기 <불편을 즐기게 만들어 주는 오모리 마을의 실체> / 요조 우리가 지금 음식을 먹고 곧 잠도 자게 될 이 오래전 무사의 저택, 아베가를 복원하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했다. 나는 내 책방의 공사를 약 반년에 걸쳐 진행했다. 전문 인력을 쓰면 한 달이면 끝날 수 있는 일을 그 시절 친한 삼춘들과 놀멍쉬멍 하느라 그랬다.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한 번씩 지치기도 했던 시간. 20년이면 그 시간이 마흔 번 거듭되어야 한다. 나는 아무도 몰래 한숨을 쉬었다. ◆ Special Story – INTERVIEW ① <멋드러진 맹렬함으로 새로운 길을 내는 두 사람> / 작가 이슬아 & 이훤 “‘훗날 더 이상 행운이 따르지 않을 때에도 어떻게 담대하게 해 나갈 것인가. 더 이상 젊지 않을 때도 열심히, 즐겁게 해야지’ 생각해요. 또한 어차피 내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혼자서는 다 못 쓸 테니까 기회를 열심히 나누려 해요. 친구 작가들이 잘 되는 게 진짜로 나한테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믿게 됐거든요. 지면도, 강연도, 친구들과 열심히 나누고 있어요.” ◆ Special Story – INTERVIEW ② <장애를 직접 마주하는 몸의 선명한 리듬> / 작가·연극배우·무용수 김원영 “제가 확신하는 아름다움에 이르는 다른 한 가지 길은 ‘선명함’입니다. 분명히 사람들은 다 다르게 생겼지만, 어떤 사람은 훨씬 선명합니다. 선명한 사람들은 우아하게 움직이고 예쁜 옷을 입고 말을 잘하고 그런 것과 무관하게, 분명한 자기중심을 지니고서 그 사람이 움직인 궤적 주위를 또렷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 Special Story - ESSAY <나의 리듬을 찾아서> / 호원숙 16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작은 한옥의 2층 다락방 위에서 친구가 맨발로 패달을 밟으며 피아노를 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70살인데 그 관능적인(관능적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들으며 슬프고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욕망을 내려놓은 듯이 그러나 남은 열정을 조금씩 태우는 듯한 리듬이 느껴졌다. 다닥다닥 붙은 한옥의 이웃집 지붕이 보이는 방의 피아노 건반 앞에 앉은 오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 ECO Story - EXHIBITION <온생명체의 개념을 통해 새롭게 정의하는 물성의 존재감> / 조은영 토크쇼가 끝날 때쯤 한 기자가 질문했다. ‘이번 전시를 보며 환경 운동가적인 면모가 강하게 느껴진다, 라고 생각되었는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화답한 최정화 작가의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운동이라는 말은 어느 경우든 싫어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환경 운동을 한다, 환경 실천을 한다고 하기보단 ‘다시 보게 하는 사람’,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람’, 또 보게 하고. 고쳐 보게 하며, 내다보게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를 해요.” #PAPER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이슬아 #이훤 #김원영 #호원숙 #최정화 #전진우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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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김원영은 1인 다역으로 살고 있다. 변호사이자 작가이자 연극배우이자 무용수인 그가 보여 주는 일련의 작업은 장애의 몸을 경유한다. 그는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골형성부전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선천성 유전 질환이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회피하지도 그렇다고 극복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장애와 인권 그리고 몸과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활동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무용수로서 그는 최근 공연 <현실원칙>에서 처음으로 구성과 안무까지 책임지는 작업을 맡았다. 작가로서 그도 만만치 않게 바쁘다. 소수자의 권리를 치밀하게 논증하는 논픽션을 써 왔던 그는 처음으로 소설 <우리의 클라이밍>을 출간했다. 흥미로운 행보로 분주한 그에게 어떤 질문부터 던져야 할까 망설였다. ‘변호사님’, ‘작가님’, ‘배우님’··· 사실 호칭조차 어떻게 불러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열망이다. 무대 위에서도 지면에서도 그는 각자가 가진 생생한 고유성과 숨겨진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한다. 김원영만의 리듬으로 그려내는 아름다움에 대해 하나씩 물었다. + 노치원의 낯과 낯 장애를 직접 마주하는 몸의 선명한 리듬 작가·연극배우·무용수 김원영 • 누군가 작가님께 장애를 똑바로 직면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한정하여 말한다면, 바로 춤추기입니다. 그것만큼 똑바로 직면하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SNS에 소수자로서 장애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물론 쉽지 않지만, 특정한 맥락에서 소수자의 경험은 정치적 급진성을 발휘하며 일종의 상품성마저 가집니다. 제 책이 팔리고, 지금 <PAPER>에서 인터뷰를 한다는 게 그 증거랄까요. 하지만 춤추는 장애인의 몸은 당장은 급진성이나 상품성과 관련이 없이, 서툴고 삐걱거리며, 당사자로서는 그저 대놓고 창피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도덕적 문화적 의미를 갖지 못한 불구의 몸 그 자체니까요. 바로 그 순간으로부터 장애를 직면하게 되는 거죠. • 다른 운동이 아닌 왜 하필 춤일까요? 물론 요가나 축구, 등산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춤은 신체의 다양성에 훨씬 열려 있습니다. 특히 현대무용의 맥락에서는 손가락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체성을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익숙합니다. 쉽게 전파될 수 없고 특정한 시공간에서 강렬하게 존재했다가 곧 사라지는 움직임에 집중하는 경험은 침범 불가능하고 복제 불가능한 나를 만나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대단하게 말했지만··· 춤이 사실 즐겁잖아요? • 글쓰기도 춤도 결국은 아름다움을 향하는 과정일까요? 저는 현대 예술이 고전적이라고 평가하는 그런 아름다움에 많이 끌리는 평범한 감각의 사람입니다. 대칭 균형이 잡힌 안정적인 고대 그리스적인 미 개념 말이에요. 이런 종류의 아름다움은 불완전한 신체로는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확신하는 아름다움에 이르는 다른 한 가지 길은 ‘선명함’입니다. 분명히 사람들은 다 다르게 생겼지만, 어떤 사람은 훨씬 선명합니다. 선명한 사람들은 우아하게 움직이고 예쁜 옷을 입고 말을 잘하고 그런 것과 무관하게, 분명한 자기중심을 지니고서 그 사람이 움직인 궤적 주위를 또렷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선명한 사람들을 모두 만나 본 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불완전한 몸은 고전적 의미에서 아름답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체 불가능하기에 얼마든지 선명해질 수 있는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선명한 아름다움을 계속 좇을 예정입니다.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김원영 #인터뷰 #우리의클라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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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핀란드 여행기 걷기와 수영, 생각의 3일 올해 8월에 2주간 다녀왔던 핀란드 여행에는 3일간의 트레킹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행 중 그곳에서 2년 정도 유학했던 친구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낯선 나라인 데다가 캠핑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어서, 제대로 된 계획이라는 건 역시 없었다. ‘일단 배낭을 꾸려서 가자. 머무는 동안 알아 보자고.’ 그렇게 누가 말하면 귀찮은 일을 당장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에 빠져 다 같이 일을 미루곤 했다. 다소 불안해 보이는 이 방식을, 누군가 핀란드에 걷기 위해 간다고 하면, 나는 그래도 된다며 추천해 주고 싶다. 핀란드에는 수많은 국립공원이 있고 그중에는 차량 없이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도 많은데, 심지어 그 모든 여정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운전해서 오려면 이렇게, 대중교통이라면 이렇게, 겨울에는 무얼 챙기고요’ 하는 식으로 더없이 친절한 편이다. 우리는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국립공원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기차표를 예매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국립공원’이라는 제목으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을 정도였다. 기차 시간과 함께 기차에서 내려 해야 할 일까지 말이다. 알려 주는 일에 적극적인 나라 핀란드. “국립공원 입구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는데?” 역에 도착해 보니 몇 명이 올지도 모르는 채로 정말로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엉터리 여정도 그렇게 초대받는 기분으로 무사히 시작되었으니 ‘계획 없이 가 보라’고 하는 말도 이렇게 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 기차에서 막 내린 우리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벽에 붙어 있는 지도를 읽어 보고 있었다. “호수가 많군.” 정말이지 지도 속의 국립공원은 물로 둘러싸인 섬이나 다를 바 없었다. 기차에서 함께 내린 한 남자도 우리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지도를 읽고 있었다. “여자친구 몫까지 챙기느라 이렇게나 많아.” 그의 두 손에는 4리터짜리 물병이 각각 하나씩 들려 있었다. “물이 있대.” 우리 일행은 지도에 지하수라고 적혀 있는 마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대답을 기다리는 몇 초 동안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서 있었다. 나였어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여행해!" 그에게 인사하고서 우리는 셔틀에 올랐다. ‘그런데 말야. 막상 국립공원에 도착했을 때 물이 없으면 어쩌지?’ 자리에 앉자 문득 걱정이 밀려왔다. 바깥에 서 있는 그 남자는 바보일까 럭키가이일까. 물, 트레킹 여행에서는 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참, ‘레포베시(Repovesi)’라는 이름은 여우(Lepo)와 물(Vesi)을 이어 붙인 단어다. (···)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자 아름다운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줄곧 앞서 걷곤 했다. 네팔을 여행할 때도 열흘 중 일주일이나 산행을 했는데, 대부분 혼자 앞서 걸었다. 걸음이 조금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함께 잘 있기 위한 나름의 기술 같은 것이었다. 늘 함께 있는 것, 그 소중한 행위 안에는 어쩔 수 없이 이별과 다시 만나는 과정이 사라진다. 잠깐씩 멀어지면 사소한 적적함과 사소한 기대감, 사소한 반가움이 피어나는데 나는 그걸 틈틈이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 인생 자체는 정말이지 혼자이기 때문에, 트레킹 여행 중에는 일부러라도 만남과 반복을 되풀이하고 싶은 기분이다. 레포베시를 걷다가 한번은 어떤 상념에 빠져 꽤나 몰두한 바람에 한 시간 정도의 거리를 친구들과 떨어져 버린 적도 있었다. 점심을 먹기로 한 곳에서 멀뚱히 앉아 있다가 나는 문득 생각난 서울의 친구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한 장 밖에 없는 엽서인데도 어떤 사전 메모나 정리해 둔 생각 없이 곧장 적어 내려갔다. 다 적은 엽서를 헬싱키까지 가지고 가서 우체통에 넣을 생각을 하니 아주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처럼 마음이 단단해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멀리서 친구들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신비로운 기분. 몇 시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반가웠다. 또다시 이들과 멀어져야지. 나는 활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PAPER 2024년 리뉴얼 특별호 글과 사진 전진우 #PAPER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나의오롯한리듬 #핀란드 #핀란드여행기 #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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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 지난 해 여름, 자연요리연구가 문성희,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 그리고 PAPER 일행은 일본 시마네현의 초대를 받아 오모리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특별한 사연이 있는 오모리 마을의 한 도서관인데요, 이름하여 ‘이와미긴잔 마을을 즐겁게 만드는 라이브러리'입니다. PAPER 편집부와 요조의 기록을 발췌해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PAPER📚 : 시마네현 도심에서 산과 바다를 한참 달려 찾아왔다. 일본의 예스러움을 한 아름 품은 소담한 골목이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다. 소멸 마을이었던 오모리 마을을 부흥시킨 마츠다 토미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군겐도’에 들르기 전, 이곳만의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이름하여 ‘이와미긴잔 마을을 즐겁게 만드는 라이브러리.’ 이름만 들어도 행복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군겐도와 함께 오모리 마을 재생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나카무라 브레이스’의 나카무라 대표가 만든 공간이다. 나카무라 브레이스는 의족, 의수, 장애인 보조기구 회사로, 장애인을 위한 정교하고 섬세한 기술로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다. 도서관은 특히 나카무라 대표가 소유한 오래된 민가를 시마네현립 대학생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솔직히 처음 방문할 곳이 도서관이라는 소식에 살짝 심드렁해졌다. 어렵사리 여기까지 왔는데 도서관 방문이라는 말에, 하품 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은 기존의 조용한 도서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부터 나왔다. 가장 먼저 안락한 다다미와 특이한 책장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행등(일본어는 行燈(안돈). 조명기구의 하나. 운반하는 것, 실내에 두는 것, 벽에 거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원래는 운반용이었기에 ‘행등’이라고 한다)을 모티브로 한 이 책장은 다다미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책장에 설치된 조명 장치로 인해 책장은 형형색색으로 빛나면서 마치 도서관 전체가 예술 작품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가 방문한 시즌에 꽂혀 있던 책은 지역 명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꼽은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라고 한다. 다다미에 앉아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보는 기분은 어떨지 자꾸만 상상하게 되는 공간이었다. 책장을 마주 보는 벽면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바로 이와미 은광의 갱도를 모티브로 만든 어린이 도서관 공간인데, 마치 땅굴에서 금은보화를 캐듯 마음에 드는 동화책을 발굴해 낸 아이들이 이곳에서 즐겁게 책을 보고 있었다. (아래로는 요조의 라이브러리 탐방 소감 글이 이어진다) + 🙋요조🙋: 끝내주는 도서관의 이름은 ‘이와미긴잔 마을을 즐겁게 만드는 라이브러리.’ 이 도서관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나카무라 브레이스라는 의족/의수 회사의 대표인 나카무라 씨 이야기를 해야한다! 본인이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저택을 시마네현립 대학생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시마네현립대학에 제안하며 이곳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서가에는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라는 테마로 책을 수집해 모은 약 200여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책의 목록을 훑다 보니 내가 아는 책이 많아 반가웠고, 이러한 관찰자의 반가움이 전반적인 서가의 분위기를 한층 업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언젠가 <책방무사>에서도 이러한 큐레이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진규 씨랑 예전에 ’만약 내가 도서관 관장이 된다면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는 공약을 한참 주거니 받거니 했던 적이 있다. 도서관 매점 라면이 정말 맛있지 않냐는 말에서 시작한 농담 따먹기였지만 그때 나눈 공약대로 도서관이 운영된다면 진짜 온 동네의 핫플이 될텐데... 투자자를 모십니다! 아무튼 도서관은 진짜 소중하고 귀하다. 점점 더 그걸 절실하게 느낀다. 행성들을 여행하며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를 그리워하는 어린왕자처럼 나도 이 라이브러리에서 내 책방과 내가 종종 가는 도서관들을 향한 향수를 느꼈다. #PAPER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군겐도 #오모리마을 #이와미긴잔 #도서관 #이와미긴잔마을을즐겁게만드는라이브러리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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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한국 문학과 문화계에서 계속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새 길을 연다는 건, 매사 생각과 작업의 태도를 엄준히 자체 점검하고, 고정화된 모든 것을 새롭게 시도하며 실험해야 한다는 것이니까. 또한 무엇보다도 가늠하기 힘든 높이의 허들을 계속 뛰어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한계 또한 새롭게 갱신해야 새 길을 만들고 열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각자의 스타일로 맹렬하게 추구했던 길 내는 일을 이제 둘이서 더 열렬히 또한 다이내믹하게 한다. 이슬아와 이훤의 이야기다. + <정유희의 덫에 걸린 사람들> 멋들어진 맹렬함으로 새로운 길을 내는 두 사람 작가 이슬아 & 이훤 ▪︎ 정유희 둘은 작가로서, 작업자로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새롭게 만들고 싶은 부부의 상이랄까 그런 게 있어? 이슬아 : 제가 딱히 새로운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그런 평가를 받는 걸까 생각해 보면, 그냥 내가 하기 싫은 걸 잘 피한 결과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가녀장의 시대>도 처음에 ‘가부장 제도를 뒤엎겠다’는 열망을 갖고 작업한 건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오래된 가부장 습벽을 책 한 권으로 뒤엎겠어요. 그저 살짝 바꿔볼까 이 정도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결혼이라는 제도도 훤이랑 함께라면 내가 하기 싫은 부부의 관습은 안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어요. 이를테면 내가 전통적인 시부모 모시기를 갑자기 수행할 리가 없고요. ‘추석 명절날 우리가 양가에 가야 하나? 아니다. 가지 말고 푹 쉬자. 욕을 좀 먹더라도 시부모님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의 마음이 있으니 그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설득을 하자. 그래야 나중에 시부모님이 쟤네도 우리가 싫어서 명절 때 안 오는 게 아닌 거로구나, 라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 후에도 커리어가 만개하면 좋겠어요. 부부가 된 다음에 일이 좀 시들해졌다, 이런 인상을 주기 싫기 때문에 결혼 후 더 열심히 일하는 작업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요. 이훤 : 저도 슬아가 말하는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지 싶은 화두들 앞에서 우린 멈추는 것 같아요.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조율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편으로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부부가 함께 하며 더 질이 좋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또한 두 작업자로 잘 지내면서도 연인인 것에 소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도 있고요. ▪︎ 슬아는 예스24에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상’을 탔잖아. 너무 기쁜 소식이지만 그 와중에 책임감도 생기고 부담감도 있겠다 싶은데 어때? 이슬아 : 이제는 기쁜 일을 그냥 기쁜 일로만 느끼려고 연습해요. 계속 새롭게 잘해야 된다는 부담이 창작자들에게 미치고 팔짝 뛸 지점인데, 작가라는 직업도 ‘어떻게 더 새롭게 잘할까? 어떻게 해야 저 작가는 갈수록 더 잘하네, 이런 말을 들을까?’ 그런 평가에 대롱대롱 매달린 직업이잖아요. 어떤 심리적 중압감이 들 때 나이 든 작가들을 떠올려요. 예를 들어서 박완서, 박경리, 아니 에르노, 사노 요코, 그런 작가를 생각해 보면 나는 병아리인 거니까. 젊었을 때 참 운이 잘 따랐었던 귀여운 젊은이. 그리고 ‘훗날 더 이상 행운이 따르지 않을 때에도 어떻게 담대하게 해 나갈 것인가. 더 이상 젊지 않을 때도 열심히, 즐겁게 해야지’ 생각해요. 또한 어차피 내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혼자서는 다 못 쓸 테니까 기회를 열심히 나누려 해요. 친구 작가들이 잘 되는 게 진짜로 나한테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믿게 됐거든요. 지면도, 강연도, 친구들과 열심히 나누고 있어요. ▪︎<양눈잡이>라는 시집이 있잖아. 제목이 되게 인상적이었어. 이훤 : 15년 동안 타국에서 살았잖아요. 그 시절에 나한테는 ‘모국에서 일어나는 일, 모국의 친구들, 모국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늘 화두였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의 생활에 한쪽 눈을 두고 있었지만, 다른 눈으로는 계속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했던 풍경들을 계속 그리워하고 주시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양눈잡이’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시인이면서 사진가로, 계속 병행해야 되는 작업 때문에 쥐고 있어야 하는 두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죠. 사진 / 이생, 오창동 #페이퍼 #페이퍼리뉴얼특별호 #이슬아 #이훤 #메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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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个月前
● PAPER 리뉴얼 특별호 표지를 골라주세요. 이번 표지는 시인이자 사진가인 이훤 작가의 사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훤 작가는, 늘 멀리 있는 장면과 장면을 잇고 싶어 하는 사람, 한 번에 이해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자기만의 상상의 언어로 발돋움해볼 수 있는 사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느리게 살피고 찬찬히 머물 때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는 사진과 사뭇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아트갤러리에는 ‘나의 오롯한 리듬’이라는 특집 이슈에 의거 해 다른 대륙에 살며 17년 동안 경험한 여러 종류의 단절감, 고립감과 더불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며 ‘양눈잡이’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움직임과 이동’이라는 주제를 통해 심도깊게 담겨 있습니다. 이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얼굴’이라 표현했는데요, PAPER에서는 ‘환한 어둠’의 양상을 띤 양가적 아름다움을 투사하는 사진과 글에 오래전부터 매료되어 PAPER에 이훤 작가 포토 에세이를 한동안 연재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리뉴얼 특별호 표지 사진 시안 4장은 ‘비행기 속 비행기 속 크고 작은 비행기들’ 연작 시리즈와 예전 연재 작업에 피력된 사진들에서 어렵사리 골라 만들었습니다. ● 1월 29일 월요일에 발행되는 이번 리뉴얼 특별호에는 이훤 작가의 형형한 사진 작품과 더불어 PAPER와 인연이 깊은 이슬아 + 이훤 부부의 솔직담백한 인터뷰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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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个月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