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magazine_paper

📚 PAPER 정기구독, 스마트스토어 등 링크 모아보기
Posts
450
Followers
8,618
Following
2,007
형태가 다르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 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떤 것에 대한 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PAPER 봄호에 덕질에 진심인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 ‘PAPER 덕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의 PAPER 덕질이 앞으로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 ⠀ ◆ 특집 덕질에 진심인 편 ⠀ <고모가 아끼던 이문세 5집을 허락 없이 만졌다> / 한소년 인연을 맺게 된 음반이 하나씩 늘다가 제법 규모도 커지더니 이제는 음악을 감사하는 시간보다 음반을 정리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나름 오랜 세월 음반을 보고 읽고 만지면서, 경애심을 담은 음반 정리는 일방적 분류나 종합이 아닌 서로에 대한 관찰과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음반은 구석구석 음악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진정한 종합예술이 아니던가! 음악가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이 결과물을 맞이하고 함께하는 모든 과정에 진심을 담기로 했다. ⠀ 덕업일치 <새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 이우만 새가 일상으로 스며들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아침 등굣길에도 새들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울타리에 앉아 꼬리를 파르르 떠는 딱새와 눈을 맞추거나 길옆 덤불 속에서 들리는 뱁새들의 수다를 듣는 것도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여름 밤 더위를 식히려 창문을 열면 조금 떨어진 숲에서 솔부엉이나 소쩍새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먹이대로 날아온 새의 날갯짓을 바라보는 건 반려동물과 눈을 맞추며 받는 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존재와 생존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면 이해하지 못하던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 덕질 어디까지 해봤니? <그냥 이렇게 역덕으로 살겠습니다> / 김종훈 지난 2021년 늦은 가을께 영화 <밀정>의 실제 주인공인 김시현(배우 공유가 연기했던 인물) 선생의 묘를 처음으로 찾아내 세상에 알렸습니다. 일생을 독립운동만 한 인물인데,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섰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서훈도 받지 못한 의열단원입니다. 경북 예천의 야산에 묘비도 없이 무덤만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묘 앞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내가 바꾸지 않으면 누가 바꾸냐, 운명으로 생각하고 살자.’ 그래도 하다 보니 마음 맞는 사람들이 생겨 요즘은 참 좋습니다. 지금처럼 역덕으로 진심을 다해 살겠습니다. ⠀ ◆ 마고의 매직 라이프 <시장에 들렀다가 정령이 사는 숲으로 가다> ⠀ 아이들은 신이 나서 나무 주변을 뛰어다녔다. 나는 크리스 아줌마를 따라 나무를 안았다.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나무의 따스함을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왠지 나무는 나의 온기를 잘 느끼리라 생각하며 꼭 끌어안았다. 민들레 씨앗을 ‘후후~’ 불며 요정이 된 듯 신이 난 아이들이 나무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영혼을 느끼고 보는 일은 신기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아직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있어 그런 것들을 믿고 볼 수 있는 능력이 더 크다. 그 영혼이 요정의 옷을 입고 있든 사슴의 옷을 입고 있든 말이다. ⠀ ◆ 박소언의 식물의 기분 <시간의 무늬> 겨울의 나무처럼 내게도 주변이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 오면 만져지지 않는 피부의 무늬를 더듬어보게 된다. 바람에 몸을 비비는 잎사귀 소리와 작고 예쁜 꽃망울의 틔우던 순간, 가지 끝에 앉았다가 열매를 물고 달아나는 새들, 뜨거운 햇볕과 우렁찬 천둥. 그런 일들이 모두 전생처럼 느껴지는 고요한 겨울이 되어야만, 시간이 켜켜이 쌓아준 무늬를 좀 더 선명하게 가늠해볼 수 있다. 화려한 꽃과 싱그러운 이파리와는 또 다른 종류의 그것이다. 새로운 아름다운 세계. ⠀ #페이퍼 #페이퍼봄호 #덕질 #덕후 #덕질에진심인편 #PAPER #한소년 #이우만 #김종훈 #마고 #박소언
139
4
1 year ago